소꿉친구는 시골에 300여 평의 주말 농장을 가지고 있다. 가끔씩 우리도 얹혀서 가서 놀다가 오기도 하고 작은 텃밭에 심어놓은 농작물을 조금씩 얻어 오기도 했다. 처음 그 땅을 샀을 때는 그야말로 오지였다. 수년이 지난 지금 주위가 조금씩 변화하고 그에 맞게 땅 값도 올랐다. 지난번 놀러 갔을 때였다. 친구 땅 맞은 쪽에 땅이 나왔단다. 평당 얼마에 땅 주인이 내어놓았단다. 우리는 그 땅이 마음에 들었다. 친구 부부가 그곳에 주말 농장을 하고 있다는 것도 마음 든든했었다. 친구에게 땅 주인과 연결을 해 달라고 했다.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전화와 문자로 인사를 나누고 두 차례 땅값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다. 당연한 절차였다.
도시의 아파트가 아니고 시골 땅이니, 주인이 얼마를 받고 싶다면 그것이 땅값이다. 우리는 부르는 값을 다 줄 수는 없으니, 우리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했다. 그렇게 해서 나흘이 지났다.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최종 안을 제시하면서 꼭 하실 의사가 있으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다. 우리는 우리가 요구하는 조건이 맞으면 할 의사가 있었기에 약속을 하고 만났다.
우리가 요구하는 조건에서 조금 더 오른 가격을 제시했고 여러 가지 부가적인 말씀도 첨부하셨다. 우리가 요구하는 조건보다는 조금 더 높았지만 마음에 든 땅이라 마음을 굳혔다. 또 땅주인이 솔직히 돈이 필요한데, 은행에 이자를 내면서 대출을 받는 것보다 조금 낮춰서 파는 쪽으로 하시는 거라며 아주 오랫동안 열심히 말씀하시고 꼭 파실 의사를 내 비치셨다. 우리는 땅 주인이 돈이 급하신가 보다 생각이 들었다.
만나자고 했을 때, 계약을 결정한 상태가 아니기에 계약금을 준비해 가지 않았다. 만난 자리에서 땅주인의 열심한 추천에 마음을 정했지만 현재 계약금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에 내일 보내겠다고 했다. 땅 주인은 그 말에 확인을 하시고 싶으셨는지 먼저 친필로 계약 조건을 적어주시겠다면서 종이를 내어 적으시고 계좌번호도 적어주셨다. 계약금을 넣음과 동시에 계약이 완료되는 것으로. 그리고 나흘 후 잔금을 치루는 것으로 서로 사인을 했다.
땅 주인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친구에게 전화했다. 계약을 하기로 했다고 하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얼마에 했느냐고 물어서 얼마에 했다고 했다. 놀래는 듯, 아주 좋은 가격에 했다고 했다. 그 말에 기분 좋아서 집으로 돌아와서 바로 예약금을 넣을 거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1시간 조금 지났을 까, 아직 차 안이다. 문자가 왔다. 누군가가 계약금을 넣어서 계약이 되었다는 문자다.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하기도 해서 그냥 멍한 상태로 있었다. 조금 있다가 전화가 왔다. 미안하다고. 다른 사람이 계약금을 넣었다고. 이 상황에서 더 어떻게 하겠는가? 우리는 아직 계약금을 넣은 상태가 아니니. 괜찮다고 했다. 우리 땅이 안 되려고 그랬나 보다. 고 대답해 드렸다.
그리고.... 남편과 나는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것은 무슨 상황(?) 머리를 확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불과 1시간 여 전까지, 땅 주인이 우리가 마음을 바꿀까 봐, 먼저 종이를 꺼내고 계약조건을 적어주시면서 계약금 입금과 동시에 계약이 체결되는 걸로 서로가 싸인까지 했는데... 그것은 그때까지 그 가격으로 아직 누구와도 이야기가 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아...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우리 것이 안되려고 하니까..라고 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상황 전개를 생각히다 보니까 머리에 자꾸만 떠 오르는 생각..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마음 한 편이 쏴~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그 마음 말고 자꾸 밀고 들어오는 생각... 설마.. 설마..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우리는 오랜오랜 친구인데.....애써 오해려니 생각하면서도 떨쳐내지 못하는 이 마음. 오늘.. 이렇게 글로 풀고.. 내일부터는 잊기로 하자. 없었던 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