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피싱이다

# 나는 준비가 끝났다.

by 칠십 살 김순남

수의:120,000원

관:120,000원

기타 비품:150,000원

총 가격: 390,000원

웬 음산하게 수의, 관 이냐고요?

요즈음처럼 모두가 생활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낄 때..

사실, 그래서 더욱더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지요.

어느 안내지에 적힌 광고문에 눈길이 갑니다. 화장용으로,

그것도 질이 좋은 것으로 390,000원이라,,,

내가 이 생을 마감하고 떠날 때 필요 한 돈.

참, 별 것 아니네요..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겠지요.

그러나 전 그 정도면 되겠다 싶네요.


어느 날, 無서 생성된 내가 이 세상에서 많은 것을 얻고,

그리고 그것을 내 지게에 싣고,

이웃과 벗하며, 때로는 힘겹게, 때로는 즐겁게..

그리고, 언젠가는 그 짐을 내려놓고, 왔던 곳으로,

그곳이 딱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가는데....

올 때도 그냥 왔으니, 갈 때도 그냥 가겠죠.

아직은 나이 탓이라 결단이 어렵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엔 가는 길에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

다 주고 가고 싶네요.


어차피 불태워 버릴 육신이라면,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가면

그 사람이 얼마나 요긴하게 쓰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요즈음처럼 불경기 불경기 해도

뭐~ 하루 세끼 밥이야 못 먹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네요.


1997. 12.8.





1997년 12월 8일의 일기다.

23년 전, 그러니까 40대 후반이다.

이미, 이때 나는 준비가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준비를 마친 사람의 편안함, 지금껏 그 덕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생은 피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