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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점휴업 Jan 08. 2021

사이드 프로젝트를 멈추는 방법

: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내가 놓친 질문에 대한 대답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제품이 성공하지는 않는다. '성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정적인 결론으로 더이상 그 제품을 지속하지 않기로 한 순간에서야 결정된다. 지속하기로 했다면 언제든 어떠한 기회든 포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는 팀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그만하자는 결론을 내렸고 그 과정에 대해서 기록하고 그것이 왜 실패와 등치가 아닌지에 대해서 되새겨 보겠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압축적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프로덕트 매니저가 런칭 이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팀과 상의하여 프로젝트를 종료했다

누가

이 사이드 프로젝트의 프로덕트 매니저는 나였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했고 팀을 모았다. 화면 기획이나 피쳐에 대한 결정도 대부분 내가 내렸고 서비스 런칭을 위한 콘텐츠도 수집하고 홍보 페이지도 만들었다. 


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즈음에 나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는 것은 생각보다 고역이다. 진창을 헤쳐나가야 하는데 매일 그 작업을 해서 허벅지에 힘이 없고 주저 앉고 싶은 느낌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방향성의 서비스를 만들면서 산뜻한 기쁨을 느끼고 싶어서 시작했다. 마지막 회고 때에서야 했던 말이지만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남기기 위한 수많은 방법 중에서 사이드 프로젝트 같이 하기를 고른다면 그것은 높은 확률로 잘못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 생각해보자. 오히려 이 친구들과 캠핑을 매주 다녔으면 사진이 수 천장이었을지도 모른다. 왜 나는 친구들이랑 일을 하면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일단 하던 이야기로 돌아온다.


제품에 대한 작업을 할수록 나의 서비스에 대한 목표가 달라졌다. 동일한 니즈를 충족 시키는 서비스를 준비하는 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좋은 제안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사업적으로 성공 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과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목표가 달라지면서부터 고민이 생겼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제품 한번 런칭해 보는 것과 성공하는 사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의 이야기이다. 시작할 즈음에 우리 팀은 전자를 목표로 하는 팀이었다. 그 뒤로 후자와 엮이는 이야기를 종종했지만 팀 구성원이 예상한 것보다 큰 압박을 받아서 떠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즈음에 나는 서로를 압박하지 않고 적당한 의지로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표적으로는 일정 관리를 하지 않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역할을 구태여 회사 밖에서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고 싶지가 않았다. 일정 관리를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곧 10년을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면서 확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이 사이드 프로젝트 종료를 통해서 얻은 교훈 중에 하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관리를 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꼭 있어야 하고 그 사람은 때로는 누구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사람이 없다면 그 어떤 제품도 출시할 수 없다. 우리 팀은 관리가 필요한 시점을 넘어서 지쳐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와서 압박을 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했다. 압박의 대상에는 물론 나 자신도 포함된다.


그래서 이 제품과 팀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방법이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초 예상보다 출시 일정이 6개월 이상 지연되고 4명 중 한 명이 더이상 프로젝트를 하고 싶지 않다고 개인적으로 이야기한 상황에서 더이상 유지하는 것이 되려 회피, 전가와 지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도 그만하고 싶다'가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그만하자'라는 말이 내가 프로덕트 매니징을 하는 사람으로써 해야 하는 말이라고 그제야 생각했다.


서비스를 런칭하는 것은 '하면 된다'
하지만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언제/왜

런칭은 달리 생각하면 제품 전체의 생명을 두고 볼 때 상대적으로 쉽고 신나는 단계이다. 물론 힘들겠지만 제품을 런칭하고 난 다음을 생각하면 그 보다야 장밋빛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단계랄까? 말하자면 '하면 되는' 단계이다. 스토어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앱과 게중 유효한 수익을 거두는 앱이 채 5%도 안된다는 점이 그것을 증명한다. 마찬가지로 제품을 운영해 나감에 있어서 기능을 배포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어떤 기능을 왜 배포 하고 그것에 대한 성과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한정된 자원 안에서 무언가를 얻어 내려고 한다. 무엇에 신경 쓸지에 대해서 골라내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팀 구성상 운영을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뿐이라고 생각했고 앞으로 그만큼의 헌신을 할 자신이 없었다. 콘텐츠 수급과 함께 프로덕트 매니저 역할을 하려니 겁이 나기도 했다. 내가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이것 외에도 2개나 더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런칭 이후에 운영에 대한 방향성을 잡고 시간을 투여할 각오가 없다면 더 진행하기 전에 멈추는 것이 맞다는 판단을 했다.


어디서/어떻게

이와 같은 과정으로 개인적으로 결정한 뒤에 팀을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이야기했다. 그간 우리는 온라인으로 작업을 해왔고 이것은 또 다른 의미로 프로젝트에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프로젝트 종료에 대해서 온라인으로 내가 원하는 온도를 담아서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만나서 이야기 했다. 일단은 어떤 이유로 프로젝트 종료를 제안을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했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 미안하다는 말은 판단의 경계를 흐린다. 잘잘못으로 사안을 비추는 잣대를 잡으면 잘못한 사람과 그것을 탓할 수 있는 사람만 남게 되지만 대부분 그보다 복잡한 사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후 이 제안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얘기했다. 우리답게 오랜만에 수다를 떨고 숙제가 있는 상태로 헤어졌다. 쓸쓸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같이 해온 시간에 대한 마무리를 담담하게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새삼스럽게 우리가 팀이라는 사실을 환기할 수 있었다. 


이제 각자 정말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답을 공유하는 차례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로 팀을 꾸려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모두가 민폐 끼치는 걸 꺼리는지라 각자의 답은 자신만을 생각하고 이야기 하기로 약속했다. 또 나는 이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만하고 싶은 구성원이 어떻게 도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약속한 일정에 최종적으로 각자의 결론을 이야기 했고 서비스 종료로 의견이 모였다. 그 다음은 최종 회고를 진행하며 각자가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 했다. 이 글은 그 회고를 준비하면서 느꼈던 것을 담아서 작성했다.


사람도 조직도 위기에의 대처가 그 진가를 보여준다

무엇을

종료의 대상은 1년여간 진행한 이 프로젝트이다. 구태여 이것을 밝혀 적는 것은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구성원을 분리하고 싶어서이다. 프로젝트를 종료하는 것은 시작하는 것보다 어렵고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된다. 10년 즈음 이 일을 하면서 그간 일을 벌리는 것은 무척이나 자주 했지만 온당한 마무리를 맺는 것을 경험할 기회가 드물었다. 이 과정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도 조직도 위기에서의 대처가 그 진가를 보여준다. 더이상 지속할 수 없을 때 책임을 누군가에게 전가하지 않고 그 마무리에 대해서 스스로 이야기를 꺼내고 완성된 정리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 다른 팀 구성원들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얻은 교훈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제품/사업/프로젝트는 원래 성공하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과 교훈을 챙기자. 

사이드 프로젝트의 런칭은 4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 출시에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면 안된다.

모든 사이드 프로젝트 구성원이 이 것을 하는 목적이 같아야 한다. 정도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회피와 전가는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좋지 않다. 안전하게 솔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

프로덕트 매니저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면 회사를 하나 더 다닌다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 좋다.


각 항목이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는 이미 위에서 다룬 내용이라 상술이 필요하지는 않을 듯하다. 올해 나는 이 사이드 프로젝트 말고도 어떤 과정의 중단과 포기를 경험했다. 이 때 가장 많이 배운다는 것을 느껴서 눈을 똑바로 뜨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집착의 소산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 하려고 했던 서비스의 본질에 대한 확신이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 기조에 맞게 MVP 레벨의 테스트를 해봐야겠다. 또 때가 맞다면 맞는 구성원을 만나 제품으로 출시하고 그때는 어떤 모멘텀을 만나 성공하는 프로젝트가 된다면 좋겠다.


그리고 궁금해서 하는 이야기인데 왜 다들 사이드 프로젝트 종료되는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걸까? 종료된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만을 모아서 집담회해도 재밌을 것 같다. 찰나의 성공만을 보고 살기에는 일상이 너무 비루한 대접을 받으니까 말이다.


말했다시피 내 사이드 프로젝트가 돈을 못벌리가 없다
또 다시 돌아올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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