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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점휴업 Jan 08. 2021

앱을 꼭 만들어야 할까?

: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내가 놓친 질문에 대한 대답들

IT 업계에서 일하거나 디지털 환경에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동료를 안다고 하면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이런 것 같이 만들 팀을 소개해 줄 수 있어?"


이 아이디어가 정말로 좋은 아이디어인 경우도 있지만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이거나 수익화에 대한 검토가 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두가 애타게 찾는 디자이너와 개발자도 자신이 가진 '좋은' 아이디어 쯤이야 수두룩하다. 안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자신이 구현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더더욱 작업자에게 동인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 초기에 투입할 자본이 없어 향후 수익을 배분하는 형태로 진행하려면 그 아이디어가 설득력이 있어야만 작업자가 구현 작업에 따르는 시간을 지불한다. 수익이 아닌 형태의 동기부여를 각 작업자에게 할 수 있다면 좋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익이 없는 제품도 고정비는 발생하기 때문에 구태의연하지만 가장 중요한 돈타령을 할 수 밖에 없다. 좋은 아이디어는 필연적으로 돈이 되는 아이템이다. 당장 수익화에 대한 담보가 어렵다면 사용자의 트래픽을 끌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관심은 트래픽으로 그리고 그것은 나아가 수익으로 바뀌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프론트엔드(앱) 담당 개발자, 백엔드 담당 개발자, 프로덕트 디자이너 총 4명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포부 좋게 뱉은 것과는 다르게 우리 사이드 프로젝트는 위에서 내가 지적한 지점에서 걸려 넘어진다. 그 중에서 프로덕트 매니저 역할을 하는 내가 놓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앱을 꼭 만들어야 할까?'이다.


내가 놓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앱을 꼭 만들어야 할까?'이다

우리 팀이 만들고 있는 이 서비스에서 사용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텍스트를 앱에 기록할 수 있다.

텍스트를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스타일을 선택해 정방향 이미지로 만들 수 있다.

이 콘텐츠를 자신의 피드에 올리고 마찬가지로 구성된 다른 사용자의 피드도 확인할 수 있다.

또는 이 콘텐츠에 대한 푸시 알림을 설정하여 원하는 시간/장소에서 받아 볼수 있다.

다른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는 카테고리별로 확인할 수 있다.


초기 컨셉을 잡는 당시 <'이 콘텐츠에 대한 푸시 알림을 설정하여 원하는 시간/장소에서 받아 볼수 있다.'> 는 부분이 다른 서비스와 차별화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설명 하자면 나는 '인생은 셀프다'를 실천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회사에 도착하면 이다혜 기자의 <출근길의 주문> 구절을 보면서 힘을 내고 현이씨 작가의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 구절을 보면서 퇴근하면서 맥주나 한 잔하고 싶다. 문장이 주는 힘을 크게 생각하지만 만원인 지하철에서 '아! 그 구절이 생각하면서 힘내자' 하는 정도의 정신머리는 없기 때문에 이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가설은 폐기했다.


푸시 메시지에 대해서 개인이 설정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조건이 있는데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모바일 앱을 만들어야 하고 사용자가 이 앱에 대한 알림을 수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웹에서도 알림을 보낼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사용자가 설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과 내가 상정한 사용자 시나리오상 제하도록 한다.


앱을 만드는 작업은 웹이나 서비스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에 대비해서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한다. 웹은 상대적으로 구현에 드는 공수를 줄여 사용할 수 있는 대체재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자원을 투입하기 이전에 앱을 만들기 전에 이 제품이 사용자에게 유의미한 반응을 얻을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헛돈을 쓰는 것과 허투루 시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생각 해보고 있다면 그리고 심지어 그 방법이 더 비용-효율적이라면 그 방법을 써야 한다. 앱을 만드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아무도 안쓰는 앱을 만드는 것은 멋지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멋진 일을 하기 위해서 앱을 꼭 만들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에게 유의미한 반응을 얻을 수 있는지를
앱을 만들기 전에 검증해야 한다

다시 사이드 프로젝트 이야기로 돌아와서 앱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전제는 2가지이다. 사용자가 콘텐츠에 대한 필요를 느낄 것이라는 점과 그 콘텐츠를 푸시 알림으로 받을 의지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중에서 후자의 경우, 전자가 없는 경우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전자에 대한 확인을 먼저 해야 한다. 아울러 전자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충분히 검증해 볼수 있다. 후자는 이제와 이야기지만 사용자의 핵심적인 요구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콘텐츠에 대한 사용자의 욕구가 명확하다면 앱이라는 도구가 제공하는 부가적인 가치라고 판단했다.


위에 설명한 바를 짧게 줄여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만들어 사업성 또는 사용자의 반응을 테스트 한다고 한다. 내가 지금 테스트하고 있는 건 MVP의 방법 중 하나로 꼽는 컨시어지 MVP(Concierge Minimum Viable Product)이다. 호텔의 컨시어지는 투숙객의 모든 문의사항 전반에 대하여 해결책을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요구사항에 대한 대응을 제품을 구현하지 않고 (또는 최소화하여) 사용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의도대로 전달 되는지 확인을 하는 것이다.


그간 일해 오면서 수많은 '-해야 한다'를 들어왔고 애자일의 우산 아래 수많은 투두 리스트가 주어졌다. 그 중 내가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한 번의 뛰어난 통찰력으로 성공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MVP 그러니까 매번 기능이나 제품을 실험할 수 있는 가설을 담는 규모로 쪼개고, 이를 시도하는 횟수를 늘려서 성공할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물론 실험을 평가하는 잣대를 만들어서 타당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 번의 뛰어난 통찰력으로
성공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부터 내가 놓친 부분에 대해서 짚어본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런 검증을 진행하기 이전에 직관에 의존한 아이템을 기획하고 이에 대한 구현을 진행하고 있다.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한번 더 포스팅을 하고 싶은데 나는 '이 제품으로 먹고 살아야 하지 않기 때문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계속 깜빡 하니까 이렇게까지 나에게도 제품을 만드는 누군가에도 상기하기 위해서 포스팅을 한다. 그 사이에 놀랄 것도 없이 출시일이 목전에 다가오고 있다.


반쯤은 합리화 이지만 출시 이전의 컨시어지 MVP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고객이 반응 하는지에 대한 테스트를 미리할 수 있고 런칭 이후의 마케팅을 위한 자본이 없으므로 서비스를 둘러싼 커뮤니티, 어찌 보면 팬덤을 포착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컨시어지 MVP로 SNS 계정을 3개 운영하고 있다. 타겟 사용자층에 가장 반응을 많이 받을 것이라 추측되는 문구를 앱에서 만들 수 있는 이미지 형태로 SNS에 게시하는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사용자가 큐레이팅된 메시지를 주기적으로 자신의 일상에 받아들이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가'이다. 물론 이것은 하위 지표로 볼 수 있는 각 SNS에서의 반응(예. 좋아요, 리트윗, 공유하기 등)으로 추측할 수 있다.


사용자가 컨시어지 MVP에 대한 반응 여부에 따라 이 서비스의 향후 전개 모델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또 그 때 가서 고민할 문제라고 접어두기로 한다. 현재까지는 많은 콘텐츠를 올려 두고 홍보 없이 얼마나 퍼져나가는지 보는 것이다. 다음 포스팅에서 결과에 대해 이야기 하겠지만 지금까지는 반응도가 낮다고 판단했다. 다음 도전할 방식은 비용을 들여 특정 게시물을 홍보하고 타겟사용자가 모여있다고 여겨지는 커뮤니티부터 홍보를 시작하는 것이다. 


내 사이드 프로젝트가 돈을 못 벌리가 없기 때문에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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