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향이 내게 묻어 온날
화려한 향에 어김없이 매료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입고 벗는 옷에 불과했다.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것은 사소한 향이었다. 섬유유연제 냄새 핸드크림 냄새 아주 가까이서 맡았던 다른 사람의 화장품 냄새. 그 향이 내게 묻어 온날 그 여운에 어쩔 줄을 몰랐다. 흔하고 사소해서 그런 것들이 유의미해질 때는 필사적으로 고집스러워졌다. 간직하리라 지키리라. 그러다 사라지기도 전에 스스로 무의미해져 버리기도 했다. 그러면 사라졌다고 믿었다.
또한 흔하고 사소해서 그 냄새를 계속 몇 번씩 우연히 마주치면 다시 기억이 나곤 했다. 세상에 떠도는 그 무수한 냄새들 사람들 기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