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 즐거웠다
1월보다 추운 2월 집으로 가는 길 오래된 벚나무들의 가지에 벚꽃이 반발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춥더라도 가지 끝까지 봄을 준비하고 있어서였을까. 몇 해 전 나는 그해가 어떤 봄이 될지도 모른 채 피는 벚꽃을 맞이한 적이 있다.
따지고 보면 다 핑계였다. 겨울에 처음 이곳에 왔을 때에는 몰랐는데 어느새 꽃망울이 올라온다는 것도 며칠 전과 달리 하나씩 터진다는 것도 만개했으므로 다른 장소에서 보자는 것도 벚꽃잎이 떨어진다는 것도 그저 건네는 말이었다. 벚꽃 지체는 별 감흥은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기다려지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함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 즐거웠다. 벚꽃으로 시작했지만 수박이나 단풍 크리스마스 같은 것도 기다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벚꽃이 지고 나면 그 뒤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그다음 해의 벚꽃도.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해의 여름도 가을도 기다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