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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Mar 20. 2019

낙화

꽃이 피는 느낌은 꽃이 지는 느낌을 예감하게 했다. 나는 만개를 바라지 않는다. 꽃송이 하나하나가 마음에서 부풀어 커지고 있는데 종내는 져버린다. 심장부터 피어난 꽃송이는 온몸을 부풀게 했고 그 크기만큼의 흔적만 남긴 채 점점 쪼그라드는 고통스러운 허기를 줬다. 그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본 적이 있다. 가장 추한 것은 시든 꽃과 꽃병에 썩은 물이었는데 썩은 물을 먹어서 꽃이 시든 것인지 시든 꽃이 물을 썩게 했는지 이상한 질문만 반복했다. 그것들이 썩어 마를 때까지 버리지 못한 내 마음은 마르고 병들어 있었다. 시들기 전에 뽑아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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