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공부방 창업, 시스템과 철학 사이의 줄타기
영어독서 공부방 오픈을 앞두고 가장 공을 들인 건 '수업 프로그램'이었다.
누구나 아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대신, 내 색깔이 담긴 1인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냉정한 사교육 시장에서 무명의 개인이 대형 학원이나 입소문 난 곳들과 경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지도와 전문성이라는 벽을 어떻게 넘어야 할지, 나를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가 가장 큰 숙제였다.
처음 하는 창업인만큼 유명 브랜드의 이름을 빌려 편하게 시작할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여러 곳을 알아봐도 내 교육 철학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내가 원한 건 단순했다. 아이들이 편하게 책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 아이마다 다른 속도를 기다려주는 독서 교육, 그리고 정독과 다독이 조화를 이루는 수업. 결국 타협 대신 '자체 프로그램 기획'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그간 어학원과 영어도서관에서 쌓은 경험을 쏟아부었다. 대형 학원의 체계적인 관리와 영어도서관의 자율적인 독서를 결합했다. 기존 시스템에서 느꼈던 아쉬운 점들을 하나씩 보완해 나가자, 비로소 '개인별 맞춤 영어독서 프로그램'의 뼈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독서 과정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대형 영어도서관에서 쓰는 전문 프로그램(AR, Lexile 등)을 도입하자니 1인 공부방 수준에서는 비용 부담이 너무 컸다.
돌파구를 찾던 중 우연히 '리딩터치'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한국 아이들에게 맞춘 북퀴즈와 단어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브랜드 가맹이 아닌, 필요한 프로그램만 단품으로 계약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내 브랜드를 유지하면서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다.
리딩터치 대표님과의 첫 만남은 지금도 생생하다. 내가 구상한 공부방 계획을 한참 듣던 대표님이 내게 묵직한 질문 하나를 던지셨다.
"원장님은 교육자이신가요, 아니면 사업가이신가요?"
그 질문은 열정에만 들떠 있던 내 마음을 순식간에 차분하게 만들었다. 내가 만들 공간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공부방을 이끌어가야 할지 묻는 날카로운 화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