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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키베이비 Jan 23. 2018

전시「신여성 도착하다」,내 마음에 안착!

밀키베이비

토종 한국인도 반해버린 덕수궁관 © 김우영
「신여성 도착하다」 전시에서 본 것

가벼운 마음으로, 제 작품을 작업하는데 영감을 받고자 - 저는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그림에 관심이 많아요. 제 그림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 찾아간 전시였죠.

이 전시는 1900년대 초, 일제 강점기를 거쳐 아예 역사에서 잊혔던 여성이라는 존재를 발견하여, 현 한국 여성들의 예술적인 활동의 뿌리와 명맥을 찾을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전시였습니다. 음악과 영상, 그림이 다채롭게 펼쳐져서 저에겐 무척 의미 깊은 전시. 동시에 '김치녀'라고 여성을 속물적인 존재로 찍어내리는 뿌리가, 근대에 형형히 살아있었음을 알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이광수, 김동인의 근대 소설 속 여성 폄하적인 표현을 그대로 보고 자랐고, 한국 근대사는 국사책의 일부에서 슬쩍 본 기억밖에 없으며, 그 안에 '여성'라는 더더욱 없었습니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며 느낀 것은, 21세기에 흥행하고 있는 한국 영화 속 여성은 여전히 자극적인 술집과 관련이 있거나 보호받아야 할 약자로 표현된다는 것이 통탄스러웠습니다. 여성의 권리를 말할 수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꼴페'라는 프레임으로 의견 개진마저 억압받아야 하는 현실이 대체 어디서 생겨난 건지 의문이었습니다.

딸 가진 엄마로서,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항상 걱정이었죠. 역사 속에서 지워진 여성들의 목소리를 발굴하다시피 한 이번 전시는 그래서 더욱 반갑고, 나중에 밀키가 남자친구와 손잡고 가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마음속에 도착한 신여성


전시는 촬영이 불가해서 도록을 구입해서 정독했습니다. (도록도 자꾸 매진되어서 두 번이나 찾아갔다는) 너무나 훌륭한 대작도 많고 여성 작가들의 일생도 자세히 알고싶었기 때문에 안 살수 없었죠! 개인적으로 소소하게나마 이번 전시에서 두 번 '엄마 미소'를 지은 작품은...

1.
화가 나혜석이 그린 「김일엽 선생의 가정생활」이라는 판화입니다. 밤늦도록 책을 읽고 원고를 쓰며, 심지어 집안일을 하면서도 영감을 얻고, 고민하는 모습이 나와 다르지 않아서 웃음이 났습니다. 이때도 이렇게 워킹맘은 치열하게 살았구나 싶어서.


2.
두 번째는 화가 이중섭이 '부인에게 보낸 편지' 중에 부인을 그린 모습입니다. 자세히 보니 부인이 보살과 비슷합니다. (하하) 자제들과 남편 모두 품에 안고 있는 '부처같은 엄마'는 마치 신과 같고,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대지의 여신 Gaia 를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모성과 현모양처에 대한 환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 타지에 남편을 두고 독박육아하며 두 아이를 키워내는 그의 부인에게 박수...

본인이 그림작가로 살았든, 화가 남편을 뒤에서 서포트 했든, 이 시절에도 여성은 자신의 존재의미를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흔적들이 현재를 사는 나에게, 또 많은 이들의 가슴에 여러가지 색으로 남는 것을 느끼며, 저도 그럴 수 있기를 살짝 바래봅니다.





밀키베이비 작가 김우영 
엄마가 되면서 느끼는 사적인 감정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밀키베이비 연재 중이다. 연재물을 모아 2017 7, 그림에세이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출간했다.
삼성을 비롯한 기업에 칼럼을 연재하며 다양한 업체  미디어와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맘앤앙팡><리빙센스>과의 콜라보 작업, <디아티스트매거진> ‘디자이너 엄마의 창의적인 놀이 레시피 연재했다. 최근 <경남국제아트페어>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글로벌 아트콜라보 엑스포> 엄마의 시선을 담은 진지한 작품을 출품했고, 일본에서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milkybaby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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