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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키베이비 Aug 20. 2018

내 아이가 자연에서 놀면 좋은 5가지 이유

밀키베이비 아트놀이 

In the Forest | ©김우영


부모의 과보호의 시선이 녹아든 지루한 놀이터, 놀이기구는 마치 복사+붙여넣기 한 것처럼 동네마다, 아파트 단지마다 비슷합니다. 대도시의 틀을 벗어나 밀키와 시골의 체험학습을 다녀올 때면 자연에서의 배움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제가 생각하는 자연속 배움의 좋은 점 다섯가지는 이렇습니다. 




1. 호기심, 자신감 UP!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보고, 그것을 성취하면서 자신감을 쌓습니다. 

대학생 시절, 미국 서머스쿨에서 아트 선생님으로 일할 때, 열 살쯤 먹은 우리 반 미국 아이들이 

"하루쯤 해변에서 침낭을 놓고 자면 어떻겠냐?"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 제안이 충격적이었지만 결국 함께 미시건 호수의 모래사장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이 틀 무렵 어깻죽지에서 털썩이는 파도에 위협을 느끼고 일어난 저는, 넓은 땅덩이에 사는 아이들은 호기심과 실행력이 어마어마하다고 느꼈죠. 소금기 넘치는 경험 후 아이들은 더욱 초롱초롱한 눈빛과 자신감을 가지고 업그레이드 된(ㅠㅠ) 제안들을 했고 저는 눈물을 삼켰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 서머스쿨. 아이들은 숲속 원두막에도 거침없이 오르고 해변 모래 속에 들어가기도. | ©김우영

농촌 체험활동을 시작할 무렵 밀키를 비롯한 어린이들은 식당에 들어온 나비 한 마리에 난리 법석을 떨었습니다. 어린이들은 환경에 적응이 참 빠릅니다. 끝날 무렵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벌레를 관찰하며 놀고, 직접 야채를 수확하고 썰어도 보며, 달구지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에도 금방 적응하는 씩씩한 아이들로 바뀌었죠.


어서와. 트랙터는 처음이지? | ©김우영



2. 전자기기, 그게 뭐임?


요즘 아이들이 평균적으로 하루에 6시간가량 전자기기를 접한다는 충격적인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밀키와 농촌 체험을 가는 버스 안에서부터 모든 액티비티를 하는 동안 사진 찍는 것 외에는 어른과 아이 모두 핸드폰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낯선 시골 동네에서 뭔가를 해야 했기에 긴장감과 호기심이 충만했거든요. 특히 아이들은 물총을 쏘고, 물고기를 잡고, 야채를 다듬어 피클을 만드는 동안 핸드폰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바람 빠진 보트'라는 제한된 놀이기구로도 자연스럽게 규칙을 만들어 놀았고, 당연하고도 창의성 넘치는 놀이의 과정을 겪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이제 그만 물에서 나와 쉬자!"고 소리쳐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듣는, 놀이에 푹 빠진 건강한 어린이들이었죠.



낚시왕 밀키 | ©김우영
겨울에는 딸기농장 체험을 | ©김우영



3. 밥상 위의 가치를 알다


딸기를 따거나 고추를 수확해 보고, 그것으로 아이가 자신이 먹을 음식을 만들어 보는 것은 단순히 '해보기' 체험이 아닙니다. 자연에서 얻은 작물로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고마운 가치를 어려서부터 배울 수 있는 무척 중요한 경험

이었죠. 작물을 키우는 사람들, 그 땅을 비롯한 환경, 음식의 소중함을 알게 될수록 아이는 더 넓은 이해심과 자연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농부 모드 밀키 | ©김우영
양평 뚱딴지 마을에서 밀키와 저 | ©김우영


사실 저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 작물을 어떻게 키워내는지 직접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설명할 수 있는 것도 한정적이었고, 자연의 소중함을 피상적으로 전달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에서의 시골 체험을 통해 좋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일본 소도시의 시골집에 묵으며 밭에 나는 작물로 만든 끼니들을 먹게 되니, 반찬 하나하나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곱씹게 되었습니다. 태국의 북부 깡촌에서 100년 전 방식으로 물레를 돌려 베틀로 의류를 만들어보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전통 음식을 만들어 보는 체험을 통해, 자연에서 얻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인간의 노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태국 치앙마이에서 전통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보는 저 | ©김우영
100년전 방식으로 직조를 하는 태국의 한 아주머니 | ©김우영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일, 채소, 그리고 밥상 위 밥 한 그릇이 그저 돈 주고 살 수 있는 '물품'이라고만 여기면 어른이 되어서도 '생각 없는 소비'와 삭막한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제 밀키가 밥상 위의 음식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백마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한 시간의 체험을 같이하고자 했습니다.  


4. 위험에 대한 면역을 길러줍니다.

항상 익숙했던 공간인 집과 그 주변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 아이의 뇌는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탐험가로서 아이는 오감을 활짝 열고, 새로운 위험과 흥분을 접하죠. 하지만 자연에서 노는 것이 아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아웃도어 캠프였던 미국 썸머스쿨에서도 반드시 대학생 이상의 어른과 삼삼오오로 다녔고 인적이 적은 숲길을 다니거나 길가의 독풀을 만지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등 꽤 지시사항이 많았습니다. 밀키 또한 독버섯이나 짐승의 배설물을 직접 만지지 않도록 위험에 대해 알려주고 스스로 조심하게 하는 중입니다.


서울숲에서 팔짝  | ©김우영


최근 뉴욕과 런던의 놀이터 중 일부는 의도적으로 조금 위험하게 설계한 놀이터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바깥 세계의 위험에 아이들이 노출되는 것보다, 이에 대한 판단력을 기를 수 있도록 미리부터 조절된 놀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죠. 어릴 때 어른과 함께 자연을 체험하며 다각도로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마치 예방주사처럼 아이들에게 위험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줍니다. 



5. 경험은 곧 배움!


자연에서 논 기억은 아이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꽤나 강렬합니다. 장소는 기억하지 못해도 아이는 그 때 그 대나무 숲의 바람소리,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자전거를 탄 일, 숲을 걷다가 토끼똥과 산딸기를 발견한 일들을 제법 기억을 잘합니다.그림책을 읽다가도 비슷한 경험이 나오면 즉각 이해하곤 하며,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이야기를 발전시키기도 하죠. 4-5년 동안 아이가 경험한 세상은 그리 넓지 않지만, 그로 인해 상상할 수 있는 세상은 그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 또한 작품을 그릴 때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얻기 때문에,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을 위해 제 아트놀이를 설계할 때면 실제 자연물을 많이 포함시키려고 합니다. 

이번 밀키베이비 여름학기 아트놀이는 진짜 나무, 꽃, 잎사귀, 나뭇가지나 이끼를 이용해 아이들과 작품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재료들의 촉감을 느끼고 냄새를 맡으며 신기해 했고, 부모님들도 그런 반응에 놀라워 하셨습니다. 평소에 밀키와는 더 다양한 자연의 재료들로 놀곤 하는데, 아이에게는 자연물과의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을학기에는 더 색다른 과정을 준비중인데 그간 자연속에서의 활동이 큰 도움이 됩니다. 



곧 밀키와 깊어진 밤하늘의 별을 보러 갈 예정입니다. 아이는 달을 보고 손톱 같기도 하고, 엄마가 웃는 것 같기도 하다며 신기해 합니다. 아이의 말을 이해하려다 보니 없던 문학적 감성까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또 별을 보며 어떤 표현을 할지 무척 궁금해지는 오후입니다. 





밀키베이비 작가, 김우영

그림작가, 멀티크리에이터. 그림 에세이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을 출간했다. 밀키베이비 육아툰을 연재하고 모성과 여성에 관한 그림과 영상으로 국내외 전시를 여는 에너지 넘치는 엄마. 

국내 <경남국제아트페어>,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글로벌 아트콜라보 엑스포> 및 일본과 대만의 해외 전시에 그림을 출품했다. <삼성>, <현대>, <SPC>, <네이버>, <포포인츠바이쉐라톤> 등 다수의 기업 및 미디어와 일러스트레이션 콜라보 작업을 하고 있다. 
<디아티스트매거진>에는 ‘디자이너 엄마의 창의적인 놀이 레시피’를 연재하며 아이와의 아트놀이를 연구하고, <서울문화재단>의 영상 크리에이터로 선정돼 일러스트가 가미된 '가족 아트여행'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milkybaby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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