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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키베이비 Sep 04. 2018

슬렁슬렁 육아일상

밀키베이비 육아그림에세이









































조금 놓으면 어때.


육아 휴직을 막 시작하고, 하루 종일 왠지 초조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가 배고픈지 열 번은 물어보고, 간식은 모자라지 않는지, 장난감 더 필요한 게 있는지, 그림책은 어떤 게 좋을지, 놀아줄 땐 최선을 다해서, 아이가 낮잠 잘 때는 아이가 재밌어할 만한 놀이기구가 있는 장소를 검색하고, 예쁜 아이 옷 파는 곳 즐겨찾기를 한 바퀴 돌고, 쓸고 닦고를 반복하다 고개를 들면 벌써 하늘이 어둑 어둑. 속으로는 '나는 완벽한 엄마가 되려는 게 아니야. 아이에게 필수적인 것만 하고 있다고.'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습게도, 그렇게 열렬한 하루를 보내면 다음날은 진이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다시 빡센 하루를 보내고 번 아웃. 아이는 엄마의 냄비 같은 변화를 이해하지 못했고 저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더라도,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게끔 일관되고 적당한 엄마의 애정을 줘야 한다는 것을, 그로부터 약 1달 후에 깨달았습니다. 

시행착오 끝에, 아이가 필요로 하는 관심의 적정선을 찾았고, 그 결과 이제는 밀키가 혼자 잠시 놀 줄도 알고, 스스로 옷을 챙겨 입고, 책도 읽습니다. 반대로 저는 아이를 위한 일을 생각하는 대신 저만의 시간을 주섬주섬 챙겨 커피를 홀짝거리고 그림을 그리며 머리를 비우죠. 


육아 4년 차, 여전히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만, 꼭 필요한 부분 외에는 조금 슬렁슬렁 살고 있습니다. 완벽주의라는 소리를 들었던 과거의 저는, 일상의 나사 하나가 빠짐으로 생기는 사건들을 무척 두려워했죠. 지금은 일생 전체를 놓고 보면 우주의 먼지 같은 일이라며,  "뭐 어때." 하고 넘기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것도 아이를 키우며 얻게 되는 교훈 같아요. 그렇게 아이와 저는, 각자의 자리를 천천히 찾아가는 중입니다.





밀키베이비 작가, 김우영

그림작가, 멀티크리에이터. 그림 에세이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을 출간했다. 밀키베이비 육아툰을 연재하고 모성과 여성에 관한 그림과 영상으로 국내외 전시를 여는 에너지 넘치는 엄마. 
국내 <경남국제아트페어>,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글로벌 아트콜라보 엑스포> 및 일본과 대만의 해외 전시에 그림을 출품했다. <삼성>, <현대>, <SPC>, <네이버>, <포포인츠바이쉐라톤> 등 다수의 기업 및 미디어와 일러스트레이션 콜라보 작업을 하고 있다. 
<디아티스트매거진>에는 ‘디자이너 엄마의 창의적인 놀이 레시피’를 연재하며 아이와의 아트놀이를 연구하고, <서울문화재단>의영상 크리에이터로 선정돼 일러스트가 가미된 '가족 아트여행'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milkybaby4u

https://www.instagram.com/milkybaby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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