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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키베이비 Jun 05. 2019

삼성과 두 번의 일러스트 콜라보를 하다

밀키베이비 김우영



작년 말에 이어 2019년, 삼성의 주력 상품 중 하나인 '건조기 그랑데 16kg' 출시를 위한 프로모션에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했습니다. 단순 외주가 아닌 '콜라보' 작업을 했다는 것은 제게 의의가 컸는데요. 밀키베이비 작가명과 캐릭터, 스토리가 프로모션에 고스란히 녹아든 작업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리고, 팔로워도 많고, 훌륭한 실력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그럼에도 제게 두 번이나 삼성이란 기업과 일러스트레이션 콜라보 작업의 기회가 온 데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1. 뻔하지만, 운이 좋았다


주력 상품의 프로모션은 수많은 담당자들, 의사결정자들의 손을 거쳐 이뤄집니다. 상품을 구매하는 타깃과 쓰임을 분석하고, 기획의 방향, 콜라보 할 작업자의 리서치까지... 제 의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죠. 그래서 전 제가 발탁된 것이 '운이 좋았다'라고 생각합니다. 추측 가능한 이유라면 건조기는 가족형 상품이고, 제가 가족의 그림 & 이야기를 일관되게 다루고 있어서인데요.

육아/신혼 성장 카드를 보내주는 프로모션은 언뜻 생각하면 '건조기'와 연관이 없을법합니다. 하지만 이 프로모션은 '밀키베이비'를 통해 '아이 있는 가족의 필수품', '신혼살림' 등의 연결 고리가 생겼고, 덕분에 기대 이상으로 신청자가 많았다고 담당자분이 말씀해 주셨죠. 이미 밀키베이비의 웹툰을 보던 구독자분들은 아이와의 일상에서, 또는 돌잔치 같은 중요한 이벤트에 육아 카드를 꺼내 주었고 '그랑데'라는 단어를 한 번 더 상기하게 해주었죠.

밀키베이비 스토리에 북극곰이나 강아지, 고양이가 나오지 않지만, 건조기의 이미지를 살리는 두 번의 프로모션에는 꼭  필요했습니다. 사람만 나오는 제 스토리는 프로모션 덕분에 '반려', '가족'의 의미를 더 확장시킬 수 있어서 서로 윈윈인 작업이었죠.





2. 프로 디자이너 짬밥!


디자이너로 일한 지 벌써 9년. 입사 첫날부터 온 오프라인 프로모션 디자인을 했기 때문에 웬만한 프로모션의 가닥은 듣는 순간 파악이 됩니다. 담당자분들과 회의를 하며 방향을 잡아가고, 데드라인을 칼같이 맞추고, 원하는 시안보다 플러스알파의 작업물을 전달하는 것은 이미 몸에 배어있죠. 회사에서도 '같이 일하기 좋다'라는 동료 평가를 늘 들었고, 작가로 일하는 동안에도 한 번 작업한 기업과는 반복해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대기업과의 일은 의견 조율도 어렵고 기한도 빡빡하죠. 초반에 계약서를 잘 만들면, 변명을 늘어놓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우쳤습니다. 그랑데 프로모션을 위한 육아 일러스트 카드 20장, 신혼 일러스트 카드 20장을 정해진 기간 안에 그리기 위해 초반 40개의 기획을 짜내고, 빠른 시간 내에 담당자와 협의를 거쳐 작업을 완수한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어요.

이번 작업에서는 아니었지만 타 기업 담당자분이 '처음 만나는 작가'와 일하는 게 어렵다고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언제 펑크 낼지 조마조마하고, 특히 큰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모션의 경우 더욱 어렵다고. 첫 작업에서 서로 신의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3. 밀키베이비 스토리가 없었다면?


밀키베이비 웹툰은 육아를 비롯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요즘엔 맘블레스유라는 테마로 사회적인 이슈를 함께 다루기도 하지만, 주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스토리를 담아 그립니다. 제 그림에 만일 제 생각이나 스토리가 없었다면, 그저 '예쁘기만 한 그림'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곤 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예쁜 그림, 잘 그리는 그림이 최고라며 그림의 퀄리티에만 매진하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스토리'가 밀키베이비의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밀키 가족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낸다고 생각합니다. 밀키베이비를 처음 시작했을 적, 지금 봐도 부끄러울 정도의 그림이지만 지금까지도 독자분들이 1편부터 정주행을 해주시는 것을 보면 제 그림 뒤에 있는 저의 생각과 스토리를 즐겨 주시고 있어서가 아닌가 합니다.

영화를 전공할 대학 시절, '스토리'에 대해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훌륭한 스토리는 천재의 머리에서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만들고 피드백을 받고, 고치고를 반복하며 단단해지는 '기술과 훈련의 창작물' 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어요. 지금의 저 역시 부족한 면이 많지만, 찾아오는 기회에 최선을 다해 임하니 더 크고 좋은 기회가 오는 것이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더 나은 스토리와 그림을 만들어내는 그림작가이자, 밀키의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도 진지하게 들어주는 엄마이고 싶습니다.









그림작가 김우영 

밀키베이비 그림 에세이를 연재하고, 가족의 따뜻함을 그린다.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책을 출간하고, 전시를 열었다.

아이와의 아트놀이를 연구하고 연재하면서, 두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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