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베이비
홍콩 #디즈니랜드 리조트에는 세 가지의 호텔이 있어요. 홍콩 디즈니랜드 호텔, 디즈니 헐리우드 호텔, 그리고 2017년에 오픈한 디즈니 익스플로러스 롯지에요. 디즈니랜드 리조트의 호텔만 둘러봐도 테마파크에 온 기분이 들었는데요, 디즈니만의 강력한 스토리를 호텔이라는 공간에 치밀하게 풀어낸 덕분이 아닐까해요.
휘파람을 불며 항해하는 흑백의 미키, 기억하시나요? 디즈니 만화영화 앞단에 나오는 짤막한 애니메이션이죠. 초기 디즈니 만화영화의 정신을 담아 만든듯한, 디즈니 익스플로러 롯지의 콘셉트는 ’탐험과 꿈’이에요. 인어공주가 바깥 세상을 궁금해 하고, 모아나가 바다를 자유롭게 항해해 보고 싶어하고, 안나가 엘사 언니를 찾아 떠나듯, 많은 디즈니 만화영화는 주인공이 모험을 하면서 역경을 겪고 그것을 이겨내는 서사 구조를 따르고 있어요.
이 호텔의 첫 인상은 바로 디즈니 식으로 그려낸 세계 지도에요. 체크인을 하면서 탐험가 수첩을 함께 주죠. 호텔에 묵는 동안 아이들이 직접 탐험가가 되어 호텔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놀이를 할만한 장치들을 만들어 놨어요. 호텔 로비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고, 열기구처럼 꾸며져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면서요.
호텔의 룸과 가든은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이렇게 4가지 대륙 콘셉트로 꾸며놓아서 밀키와 돌아다는 내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 호텔의 한정판으로는 당연하게도 탐험가 미키와 탐험복을 팔고 있었답니다. 공간 전체를 걸쳐, 모험의 콘셉트를 일관되게 풀어내고 있었어요.
로비 한쪽엔 미키와 미니, 구피와 도널드의 가방이 마치 무드 보드처럼 꾸며져 있었어요. 캐릭터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들도, 이 무드 보드를 보면서 캐릭터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죠.
안내 직원과 더불어 실내 곳곳에 숨겨놓은 미키를 찾는 니모의 레크레이션이라는 키즈 프로그램도 해봤어요. 아이들이 그룹을 지어 다니면서 미키를 찾는 놀이였는데 디즈니 공주들만 알고 미키에 대해 잘 모르던 밀키도 이 놀이 후 여기저기서 미키의 모양을 찾기 시작했어요.
여기저기서 쥐여주는 디즈니 스티커, 종종 로비에서 마주치는 디즈니 캐릭터들, 방안에 구비된 작은 수첩과 워크북으로 밀키는 심심할 틈이 없었어요. 이 속에는 역대 미키의 베리에이션이 다양하게 들어있어 디즈니 각인 효과는 확실하게 이루어질 것 같았어요. 어찌보면 무섭고 고도의 전략인 것 같아요.
종종 로비에서는 디즈니 캐릭터들과 만날 수 있고, 직접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볼 수도 있는 체험형 룸들도 이 리조트 내 다른 호텔에 있어요. 특히 겨울 왕국과 신데렐라 테마 방도 있어서 어른과 아이의 환상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이 '경험을 판다'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죠.
아이들이 자주 만지작 거리는 호텔 전화기에는, 디즈니 오디오 북을 세가지를 들을 수 있도록 해놨어요. 소오름.
'가족여행자'로서 본 이 호텔의 기능은...
룸에는 키즈용 미키 어메니티, 발 디딤대와 키즈 가운이 준비되어 있어 가족 게스트를 위한 배려가 돋보였어요. 복도는 아기들이 넘어져도 괜찮을 정도로 푹신했는데 밀키는 ‘여기 누워도 되겠다’며 좋아했죠.
익스플로러 롯지는 같은 5성급이지만 할리우드 호텔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에 묵을 수 있어요. 지은지 2년밖에 되지 않아 그런지 쾌적한 컨디션의 룸에서 묵을 수 있었죠. 야외 수영장엔 크기별로 구명조끼도 잘 구비되어 있고, 키즈 프로그램도 다양해요. 디즈니랜드를 가기 위해 묵는 곳이라서 키즈 프로그램을 거의 이용 못했지만요...
스토리가 담긴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디즈니는 제게 레전드 격의 콘텐츠 & 미디어 회사이자, 연구의 대상이에요. (저작권 최종보스ㅋㅋ) 배울 점도, 느낀 점도 많았죠. 특히 거대한 캐릭터 산업의 선두에 서서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정석을 보여주는 모습이 놀라웠어요. 테마파크뿐 아니라 숙박 공간을 이용해 스토리텔링을 하고, 아이들이 즐길 거리까지 풍성하게 만드는 모습이 인상 깊었죠.
한때 디즈니도 인기가 하락한 적이 있지만 근 100년간 진화하고, 개발한 노력이 있었기에 이렇게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밀키를 위해서 티켓을 끊었지만 저 또한 배운 것이 많았던 디즈니랜드 리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