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판타시아..!

나도 혹시 상상 없는 사람?

by 은하수별바다


잠시 눈을 감고, 빨간 사과를 떠올려보세요.




이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선명한 사과가 떠오르시나요? 아니면, 그냥 ‘사과’라는 단어만 생각나나요?

만약 아무런 그림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판타시아(Aphantasia)’일지도 모릅니다.


상상이 안 되는 사람들


아판타시아는 쉽게 말해 머릿속에서 시각적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누군가는 친구의 얼굴을 떠올릴 때 생생하게 보이듯 상상하지만, 아판타시아를 가진 사람은 그저 생각으로만 기억합니다.

즉, “바다를 떠올려봐”라고 하면 푸른 파도나 모래사장이 그려지는 대신, '바다라는 개념'만 떠오르는 거죠.

흥미로운 건, 이들은 시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눈으로 보는 능력은 정상이지만, 단지 머릿속에서 보는 능력이 약하거나 없는 겁니다.


시각장애와는 다른 개념


앞서 말했듯이,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아판타시아는 시각장애와는 전혀 다릅니다.

시각장애는 눈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실제 보는 것이 어려운 상태이고, 아판타시아는 눈으로는 잘 보지만 뇌 속에서 재현하는 이미지가 없는 상태입니다.

즉, 시각장애인은 외부 세계를 직접적으로 보기 어렵지만, 머릿속에서는 얼마든지 풍경을 그릴 수 있고, 아판타시아인은 눈으로는 잘 보지만, 상상 속에선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는 거죠.


그래도 우리는 다르게 상상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판타시아인이 ‘상상력이 없는 사람’인 건 아닙니다. 그들은 이미지 대신 언어, 감정, 논리, 개념적 사고로 세상을 상상합니다.

예를 들어, 소설을 읽을 때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지 않아도 그 상황의 느낌이나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며 몰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논리적 사고나 계획을 세우는 데 강한 경우도 많습니다.

즉, '보이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다'는 말이 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입니다.


상상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상상은 꼭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닙니다. 어떤 이는 소리를 떠올리고, 어떤 이는 냄새나 감정을 상상합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머릿속의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

그러니 혹시 당신이 머릿속에서 장면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아요. 당신의 상상은 그냥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