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으로 만난 박물관

눈을 감아야 보입니다

by 은하수별바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교육관 1층, ‘공간 오감’이라는 작은 전시실 문을 열었다. 이름 그대로, 이곳은 다섯 가지 감각으로 세상을 느껴보는 곳이다. 눈으로만 보는 대신 손끝으로, 귀로, 때로는 향기로 작품을 만난다.

나는 평소에도 소리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저시력 장애인)이지만, 이 공간에서는 모두가 잠시 눈을 감고 나와 같은 감각의 세상으로 들어왔다.

전시의 주제는 ‘여기, 우리, 반가사유상’.


반가사유상은 생각에 잠긴 부처의 모습으로 알려져 있지만, 단지 조각상으로 보기엔 그 안에 담긴 감정이 너무 깊다. 차가운 금속의 표면을 손끝으로 더듬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속에도 그 미소가 닿는다. 누군가의 슬픔과 연민, 그리고 깨달음이 묘하게 섞인 표정. 그걸 나는 촉감으로 읽었다.

전시의 한 코너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향기가 함께 피어오른다. 눈을 가린 채 듣는 소리들은 묘하게 또렷했다. 불상 주변을 감도는 바람, 나무의 결, 숨소리 같은 세밀한 음들. 시각이 사라지자, 나머지 감각들이 제 역할을 찾아 나선 듯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이곳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감각을 나누는 공간’이었다는 점이다.

비장애인 관람객들은 시각 차단 안경을 쓰고 어둠 속을 걸었고, 우리는 그들과 같은 속도로 천천히 움직였다. 누가 먼저였는지 모르게, 서로의 팔을 잡아주며 길을 찾았다. 그 순간만큼은 도와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의 경계가 사라졌다. 그냥, 함께였다.




‘공간 오감’은 화려한 전시도, 거창한 설명도 없다. 대신 아주 작고 조용한 체험을 남긴다.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것들, 귀로 듣고 손끝으로 느끼는 이야기들.

박물관을 나오는 길, 반가사유상이 떠올랐다. 그 고요한 미소처럼, 세상도 언젠가 서로의 감각을 이해하며 조금 더 부드러워지길.



출처: 시각장애인도 함께 즐기는 공·감·각 전시 학습 공간 ‘오감’ - 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