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 더 많은 특별한 학교. 나는 그곳을 졸업한 학생이다.
맹학교는 유치부부터 초·중·고교, 그리고 전공과 학생들까지 한데 모여 생활하는 곳이다. 덕분에 연령층이 무척이나 다양하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어린 친구들부터 칠순을 넘긴 만학도 어르신까지 한 교정에서 마주치곤 한다.
이곳에서 고등학교 과정 3년 혹은 재활 과정 2년을 마치면 '안마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나 역시 고교 과정을 졸업하며 어엿한 국가 공인 안마사 자격을 인정받았다.
안마사 자격, 그 무게에 대하여
안마사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몇 가지 엄격한 조건이 필요하다.
• 시각장애인일 것: 안마업은 국가가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인정한 유일한 독점적 직업이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운영하는 안마 업소는 모두 불법이다.
• 전문 교육 이수: 맹학교를 졸업하거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수련원에서 수료증을 받아야 한다.
• 의료법 준수: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이 될 수 있는 정신적·신체적 건강함을 갖춰야 한다.
9가지 이론과 '이료'라는 세계
단순히 안마 기술만 배우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우리를 기다리는 건 방대한 양의 이론 공부다. 안마사가 되기 위해서는 아래 9가지 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 안마·마사지·지압
• 해부·생리 (몸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기초)
• 한방
• 침구 (침과 뜸)
• 이료임상
• 진단
• 이료보건
• 병리
• 전기치료
여기서 ‘이료’라는 생소한 단어를 만날 수 있다. '의료'의 오타가 아니다. 과거 안마, 침, 뜸 세 가지를 합쳐 부르던 '삼료'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몸의 이치를 다스리는 치료라는 한자어라는 해석도 있다. 혹은 수기요법과 자극요법을 아우르는 전문 용어로 쓰이기도 하는데, 현장의 원로 선배님들일수록 첫 번째 어원을 소중히 여기신다.
실습, 현장으로 나가는 발걸음
교육과정은 매우 체계적이다. 1, 2학년 때는 동료 학생이나 지도 선생님과 함께 기초 실습을 하며 손끝의 감각을 익힌다. 3학년이 되면 정식 허가를 받은 후 실제 외부 손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외부 임상'을 진행한다.
2학기에는 실제 안마원으로 실습을 나가기도 한다. 현장에서 직접 손님을 맞이하고 시술하는 경험은 긴장되면서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자산이 된다.
나조차도 내가 시각장애인의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시절이 있었다. 장애를 얻으며 인생의 난도가 조금 올라갔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난도가 높기에 그만큼 더 흥미롭고 보람찬 일들도 많다.
누가 감히 경험해 보겠는가. 치열하고도 뜨거웠던 십 대의 안마사 생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