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의 공황 필승법
2021년, 가을이었다.
나는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공황 발작을 겪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숨이 가빠왔다. 내가 나 같지 않은 느낌(이인증),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지는 혼란, 그리고 계속해서 떨어지는 듯한 감각(하강감)까지.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파도처럼 덮쳐왔다.
돌이켜보면, 나는 정말 행운아였다. 그날은 2교시 보건 수업 시간이었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던 버릇 탓에 수면 패턴이 엉망이 되었고,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선생님께서 준비하신 명상 수업 도중 갑자기 몸에 ‘찌릿’ 하는 신호가 불현듯 찾아왔다.
‘너의 몸이 망가지고 있어.’
혹시 다들 졸다가 갑자기 번쩍 놀라 깬 적이 있는가? 딱 그 순간 같았다. 정신이 번쩍 들더니 온몸이 각성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숨이 막혔다.
그중에서도 하강감이 가장 두려웠다. 끝없이 떨어지는 느낌, 현실이 내 발밑에서 사라지는 그 감각은 지옥 그 자체였다. 이미 내 몸은 내 말을 듣지 않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나는 평소 수업 중엔 화장실도 잘 가지 않는 조용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그날, 공황은 그런 나조차 달라지게 했다. 몸이 무너지는 걸 느낀 순간, 본능적으로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행인 건, 그 수업이 보건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내 모습을 보고 단번에 알아채셨다. ‘저 아이, 지금 공황을 겪고 있다는 것을.’
그때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가만히 있으면 몸이 더 미쳐버린다. 움직여야 했다. 뭐라도 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3층 복도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5분쯤 지났을까. 조금씩 숨이 가라앉고, 정신이 돌아왔다. 교실로 돌아왔을 때 선생님께서 조용히 말씀하셨다.
“네 몸이 균형을 잃은 거야. 다시 되찾으면 해결될 일이야. 방금 뛰고 나서 좀 괜찮아졌다면, 한 번 더 뛰고 와. 그게 네 몸이 원하는 해결책일 테니.”
그 말씀이 나를 살렸다.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정말 큰 안심이 되었다.
“너만의 패턴을 찾아봐.”
패턴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일렁였다. ‘어떻게 하면 이 증상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을까?’ 그렇게 실험하듯 스스로를 관찰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를 발견했다.
‘고개를 끄덕이기.’
고개를 끄덕이면 잠시나마 현실이 돌아왔다. 하강감도 조금은 줄어들었다. 발작 증세를 최소화할 수 있는 나만의 동작을 찾은 것이다.
그날 다음 수업은 체육이었다. 나는 쉬지 않고 뛰었다. 스트레칭도 하고, 공도 차며 계속 몸을 움직였다. 가만히 있으면 다시 공황이 올 것 같았다. 그날의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 체육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모든 수업이 끝난 뒤, 또 다른 적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예기 불안’. 다시 공황이 올까 두려워 미리 불안해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 불안이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나는 몸이 조금이라도 각성되는 느낌이 들 때마다 습관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건 나만의 치료법 중 하나가 되었다. 졸리면 자야 하듯, 배고프면 먹어야 하듯, 두려울 때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로도 나는 같은 방식으로 공황과 맞섰다. 단순했지만, 그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지금은 수면 패턴을 관리하고, 공황을 피하기보다 찾아오면 이렇게 속삭인다.
“그래, 한 번 와봐.”
그리고 미소를 짓는다. 인터넷에서 ‘공황 이기는 법’을 수도 없이 찾다 보니, 이젠 외울 지경이 되었지만, 결국 나를 구한 건 단 하나였다.
‘고개를 끄덕이기.’
지금 이 순간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공황을 겪어본 적 있나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나는 미소 지으며,
"약물치료나 정신과 진료도 도움이 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의 패턴을 찾는 일이에요. 잃어버린 균형을 되찾는 순간, 공황은 더 이상 나를 지배하지 못하죠.”
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