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과 마흔 사이
스무 살, 정말 모든 게 가능해 보였다.
나는 아직도 그때를 잊지 못한다.
열아홉이었던 그해, 집을 나간 엄마를 뒤로한 채 나는 어른이 되어야 했다. 한계 없는 자유 뒤에 불안과 외로움이 숨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배웠다. 자유롭다는 것과 혼자라는 것이 때로는 같은 말이라는 것도.
스무 살의 찬란함은 찬란함 그 자체로 머물지 않았다. 낯선 책임과 퇴근 없는 아르바이트가 나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잠들기 전 텅 빈 방 벽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이제부터는, 나만의 인생이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사십이 되었다. 이 숫자가 주는 무게를 돌아보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십은 어른이 된다는 문턱이기도 하고, 다시 태어나는 기회 같기도 하다.
지금 내 옆에는 새로운 가족이 자리 잡고 있다. 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고 다시 세상을 배우는 기분이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서로가 서로의 스승이 되고, 제자가 되는 순간들.
2021년 겨울, 나는 긴 호흡 끝에 사무실 문을 나섰다. '돈도 벌어야 하고, 나도 살아남아야 하고.' 그 말이 어쩌면 가장 솔직한 내 다짐이다. 그리고 생존이 곧 용기가 되는 나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줌마가 되어서야 내 안의 두려움을 조용히 꺼내 볼 수 있었다. 넘고 싶었던 산길을 하나씩 걸으며, 나는 다시 나를 찾아간다. 더 이상 누군가의 딸이나 아내가 아닌, 그냥 나 자신으로서.
'그때 했어야 했는데…' 후회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괜찮다는 응원이 되어 내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늦은 시작이 잘못된 시작은 아니라는 걸 배우고 있다.
두 번째 스무 살은 스무 살과 같지도, 마흔과 같지도 않다. 모든 것이 섞인 시간이다. 가능성과 책임, 희망과 걱정, 미래에 대한 설렘과 과거에 대한 다짐이 한 몸에 들어 있다.
나는 오늘도 작은 걸음으로 걸어간다. 내 꿈과 행복, 돈과 미래를 스스로의 손으로 빚어가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늦었다고 생각해도 괜찮다.
두 번째 스무 살,
진짜 내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글로 '엄마가 있는데 없습니다' 시리즈 연재를 마칩니다. 함께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우리 모두의 '두 번째 스무 살'이 빛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