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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생각 Oct 08. 2021

오, 나의 작가님

  나는 하작가다. 앞서 말했듯이 ‘하작’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나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내가 하작, 잘 알지~”라고 말씀하신다고 한다. 그리고 나를 처음 알게 된 사람은 “방송작가는 처음이에요!”, “작가님 만나는 건 처음이에요”라고 하면서 신기해하신다. 하긴 살면서 방송작가가 주변에 바글바글하진 않을 테니 신기해하시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내가 일 이야기라도 하려고 하면 PD, 카메라 감독, 아이템, 촬영, 더빙... 이런 단어들이 아주 생소하면서도 특별하게 느끼곤 한다.    

 

  하긴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하고 ‘방송’에 대한 부담감이나 거부감 없는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비록 뛰어난 운동선수들이 오랜 시간 갈고 닦아서 좋은 실력을 발휘할 때 느껴지는 경이로움과는 다른 그것이지만 운동선수들이 그 운동이 좋아서 무작정 덤벼들어 배우고 실력을 쌓아갔듯이, 우리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는 것도, 방송하는 것도, 아무런 이유나 대가가 없다고 해도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작가일 좋아하고 잘한다. 글을 쓰는 일과 방송이라는 매체 그 자체를 무작정 좋아해야 한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나는 평소에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가진다. 가끔은 오지랖이 넓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모든 것이 내 관심사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정말 많은 것이 보인다. 그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나만의 무기를 넓혀 간다. 경험은 작가에게 있어 엄청난 무기다. 항상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내진 못하지만 비슷한 아이템이라도 접근 방법이 달라지도록 생각하고 바라보는 눈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나만의 생각과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나만의 독자적인 색깔이 있어야 한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시청자들, 혹은 주변인들의 취향과 수준에 맞게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해내면 그들은 나의 열렬한 팬이 되기도 한다.    


  “작가라서 말하는 것도 달라~”    

  “방송작가는 바라보는 시선이 일반 사람들하고 같아야 쓰나?”    


  그렇게 본의 아니게 작가는 반(半)공인이 되어 주변인들 사이에 던져진다. 좋은 생각, 좋은 내용, 좋은 말들을 쏟아내야 한다는 강박증마저 느껴질 때도 있지만, “오, 우리 작가느님!”한 마디에 완전 공인으로 재탄생한다.     

  사실 작가가 대단한 사람은 절대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화가 나면 화내고, 사소한 일에 소심하게 굴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더 적극적이고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여 줄 줄 아는 사람들이다. 세상사를 더욱 폭넓게 이해하게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늘 고민하는 사람, 자신만의 ‘노하우’와 ‘의지’로 자신의 길에 우뚝 선, 혹은 설 사람들이다.     


  만인에게 사랑받는 여자일 순 없겠지만, 만인에게 사랑받고 때로는 존경받는 작가로 사는 내 삶이 나는 참 좋다. 방송은 내가 하고 싶다고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작가’라는 이름으로 SNS에 글을 올릴 때도, 카톡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도 남다른 시선으로 봐주는 이들이 많아서 한 줄의 글을 쓰더라도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작가님’이라는 타이틀로 매년 동단위의 새마을문고에서 주최하는 독후감 경진대회 심사위원도 7~8년째 맡고 있고, 며칠씩은 아이들의 독후감을 심사하면서 솔직한 아이들의 생각을 접할 때면 색다른 기분에 빠져들곤 한다.     


  진심은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다. 아이들의 마음도, ‘작가님’을 대하는 많은 분의 감사한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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