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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로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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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lla Oct 14. 2015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

로하와 함께 안토니 가우디 전시회

25w6d  /  D-99


여행

스페인

바르셀로나

안토니 가우디.


엄마를 미친 듯이 설레고 흥분하게 하는 단어들이야.

몇 해 전 스페인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로

엄마는 스페인과 더 깊은 사랑에 빠졌고 스페인의 건축가인 '안토니 가우디'를  더욱더 존경하게 되었어.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 / 바르셀로나 



그리고 오늘,

엄마의 한 손엔 아빠의 큰 손을,

엄마의 안에는 로하 너를.

그렇게 우리 셋이 '안토니 가우디展'을 보고 왔어.


흥분을 애써 눌러 내리며 전시관에 들어서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엄마는 갑작스레 올라오는 먹먹함과 감격스러움을 애써 참아내느라 목구멍이 따가워지더구나.

그렇게 올라오는 눈물을 참아내며

엄마는 더욱더 힘을 주어 배안에 있는 너를 두손으로 감싸고 진지하게 작품을 둘러보고 있는 아빠를 묵묵히 바라보곤 했어.


엄마의 그런 마음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관람에 집중하던 아빠의 모습과 

뱃속에서 무심한 발길질을  한 번씩 해주던 너.

그 순간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하던지 말이야.


감격스러움에 그랬을까, 주책 맞은 임신 중 호르몬 때문이었을까..

엄마는 뜨겁게 맺히는 눈물에 자꾸만 눈을 깜빡거렸어.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다던 몇 해 전,

그저 직장 동료였던 너의 아빠에게 엄마 혼자만의 기억이고 열정이었던 

스페인의 아름다움과 가우디에 대해 열광하며 이야기했던 기억.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들어주던 너의 아빠의 어렴풋한 모습.


2년쯤 시간이 흐르고 나니 직장 동료였던 

너의 아빠와 엄마는

손을 잡은 연인에서,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평생을 함께 할 것을 맹세했고,

그리고 참 눈치 없이 정말로 빨리 찾아온 

우리의 딸, 로하.


엄마 혼자 만의 추억이던 가우디 전시회를 

우리 셋이, 아직은 뱃속에 있는 너이긴 하지만 이렇게 같이 보고 있다니...!!


세상에는 매 순간 반짝이고, 아름답고, 또 어떨 때는 눈물겹게 감격스러운 것들이 무수하단다. 

그 많은 것들을 로하 너의 반짝이는 눈에 담아 줄 수 있다 생각하니

그저 전시회일 뿐인데도 엄마는 혼자만의 감격에 주책 맞은 눈물이 흘렀던 모양이야.


엄마와 아빠는 다시 한번 약속을 했단다. 

로하 네가 얼마만큼의 시간을 엄마 아빠와 함께 해야

그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며 감동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그 언젠가는!

우리 셋, 스페인에 가서 가우디의 작품들 앞에 나란히 서 있기로 말이야.

하아... 상상만으로도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 같아.

엄마만 혼자 들떠 있는건 아니겠지? ;-)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거리 / 엄마 뒷편으로 반짝이는 까사바요트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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