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무엇에 마음을 써야하는지

by 준우

공간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이를 행위로 규정한다면 그것은 "사물들의 배치 행위"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공간 디자인은 배치 행위인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어진 공간에서 대상들의 배치 행위"를 공간 디자인이라 규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단순한 규정에는 여러 논의들이 켜켜히 쌓여있다. 이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공간 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높여보자.


먼저, 문장을 분리하여 요소들을 생각해보자. "주어진 공간에서 대상들의 배치 행위"에는 '주어진 공간', '대상들', '배치 행위'의 요소로 쪼개볼 수 있다. 왜 그냥 공간이 아닌 주어진 공간으로 규정하였는가? 앞선 글에서 우리는 디자인을 본질적으로 공학과 같은 위치에 놓았다. 그렇게 하였을 때 디자인과 공학은 '문제 해결'이라는 공통점을 지니는데, 이는 암묵적으로 문제 상황을 전제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 디자인에서 해결해야하는 문제를 '주어진'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주어진 공간'이라 규정한다.


다음으로 대상들이다. 첫 문단에서 사물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추후 확대된 정의를 규정할 때에 '대상들'이란 용어를 선택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공간 디자인의 대상은 사물들 뿐만 아니라 공간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 이는 도시나 건축 설계 등의 경우 혹은 가상의 공간과 같이 위상학적으로 공간을 다룰 때 공간 디자인의 행위의 대상으로 그들을 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브제 단위로 생각되는 사물이란 표현 대신, 대상이라는 표현을 택하였다.


다음은 배치 행위이다. 배치 행위 그 자체는 터를 잡고 살아가는 생명이라면 필연적으로 행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당연한 것이라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을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간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아닌 타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타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내 방을 내게 맞는 형식으로 적당히 배치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다른 이를 위해 방을 배치하는 것은 쉽지 않다. 타자를 위한 공간 배치야 말로 공간 디자인의 본질이 아닐까?


5413059_1_16918076205868243.jpeg 아, 엄마! 다 제자리에 있다구요!

이제 앞서 언급한 "주어진 공간에서 대상들의 배치 행위"라는 공간 디자인의 정의를 쪼개서 살펴보았다.


그 안에서 얻을 수 있었던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배치 행위를 위해 주어지는 공간은 디자인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로 정의될 수 있거나 그러한 문제를 품고 있다.

2) 공간 디자인에서의 배치 대상은 사물들 뿐만 아니라 공간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3) 공간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배치 행위인데, 이는 타인(타자)에 대한 이해를 전제한다.


그렇다면 이를 바탕으로 공간 디자이너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각 항을 기반으로 논해보자.


먼저, 공간 디자이너는 주어진 공간-혹은 상황에 대한 분석을 치밀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다학제적 사고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현실 공간을 기반으로 한 상황은 여러 복잡한 요인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태도는 주어진 공간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 리서치 방법들을 배우고, 직접 실측을 하기도 하며 여러 문헌들을 읽게 된다.


다음으로 요구되는 두번째 태도는 공간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공간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그것은 공간들간의 구조 관계를 사고함을 의미한다. 공간 디자인을 하다 보면 하나의 공간만을 다루는 것이 아닌, 여러 공간을 다루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때 공간들의 영역을 지정하고, 각 영역들간의 구조 관계(중요도, 순서, 의미 등)를 파악하여 배치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때 주어진 공간들을 위상학적으로(덩어리로) 묶어 경계짓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작업을 공간적 사고라 일컬을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는 타자에 대한 이해이다. 여기서 타인이 아닌 타자라는 용어를 사용했음에 유의하라. 모든 디자인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공간 디자인은 타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타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동식물, 심지어 기계 장치 및 데이터들까지 포함한 대상(다른 표현으로 행위자)을 의미한다. '나'가 아닌 다른 기호 전반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너무 복잡하지 않을까 걱정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에서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라는 훌륭한 용어로 복잡도를 줄인다. 우리가 주목하는 문제 현상에 얽힌 이해 관계자에만 초점을 맞추자는 의미다. 즉, 공간 디자인 작업에 있어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이해관계자를 잘 규정하고 그들이 공간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이는 첫 번째 제시한 태도와 일견 통하는 면이 있지만 조금은 다른 기저를 두고 있기 때문에 구분한다.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공간 디자인을 할 때 요구되는 태도는 다음과 같다.


"주어진 공간을 면밀히 파악하고, 공간에 얽혀있는 이해관계자들을 세밀하게 이해하여 대상들간의 배치 관계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


여기까지는 공간 디자인 일반에 대한 이야기다. 다음에 진행할 이야기는 여러 공간 중에서도 특수 목적 공간인 '전시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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