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순간이 있다.
나의 독서 기록 방식은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번 바뀌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변화가 꽤 흥미롭다.
어린 시절 - 노트 필사의 시작
처음엔 단순했다.
좋은 문장이 나오면 노트에 적었다.
펜을 들고, 한 글자 한 글자 옮겨 적는 그 순간에는 문장이 내 것이 되는 것 같았다.
손으로 쓴다는 행위 자체가 기억에 각인시키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속성'이었다.
책을 읽다가 문장을 적고,
다시 책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점점 귀찮아졌다.
독서의 흐름이 끊기는 것도 불편했다.
디지털 기록의 시작
그래서 찾은 방법이 SNS였다.
노트에 적을 때보다 훨씬 빠르고 편했다.
타이핑은 손글씨보다 빠를 뿐만 아니라,
나중에 찾아보기도 쉬웠다.
게다가 내가 감동받은 문장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독서가 혼자만의 행위에서 벗어나,
나의 취향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이 되었던 것이다.
필사의 도전 -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어느 순간 좀 더 깊이 있는 독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필사였다.
처음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선택했다.( 무려 벽돌책을! )
우주에 대한 경외감이 담긴 그 문장들을 한 자 한 자 따라 쓰면,
저자의 사고방식까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필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느리고 고된 작업이었다.
몇 페이지 쓰고 나면 손목이 아팠고,
무엇보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나에게는 맞지 않는 방식이었던 것 이다.
결국 그만두고 말았다.
현재 - 사진과 텍스트 스캔의 조합
지금 내가 사용하는 방법은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개인적이다.
1. 사진 촬영
좋은 문장이 나오면 즉시 스마트폰으로 찍는다.
독서의 흐름을 거의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기록을 남길 수 있다.
2. 텍스트 스캔
아이폰 메모장의 텍스트 스캔 기능을 활용해 사진 속 텍스트를 추출한다.
편집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편하다.
3. 나만의 코멘트
가장 중요한 단계다.
추출한 문장 아래에 내 생각을 코멘트로 남긴다.
"왜 이 문장이 좋았는지"
"이 문장이 내 경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어떤 질문을 떠올리게 했는지"를 적는다.
변화 속에서 찾은 것
돌이켜보면, 내 독서 기록 방식의 변화는 단순히 '편의성'만 추구한 것이 아니었다.
각 방법을 시도하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노트 필사 : 문장의 느낌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SNS : 감동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
필사 :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다
현재 방식 : 빠르게 기록하면서도, 나만의 해석을 더하고 싶다
결국 나는 '속도'와 '깊이'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사진으로 빠르게 포착하고
텍스트 스캔으로 정리하고
코멘트로 내 생각을 덧붙이는
이 방식은 지금의 나에게 딱 맞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꾸준히 기록하는 것,
그리고 그 방법이 자신에게 맞는지 계속 질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