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소비세의 확대- 이중 구조 부가가치세
한국형 기본소득은
처음부터 큰 금액을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어디서부터 어떻게 늘려갈 것인가를 먼저 설계했습니다.
그 출발점이
소비세의 증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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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구조 부가가치세 —
10% 일반재정 + 10% 기본소득 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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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인상이라는 선택
한국의 부가가치세는 오랫동안 10%였습니다.
이 수치는 낮지도, 높지도 않은 채
사실상 고정값처럼 유지되어 왔습니다.
한국형 기본소득은
이 세율을 한 번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10% → 15% → 20%.
단계적 인상이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기존 10%는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세수는 기존의 국가 운영에 사용되었고,
증세로 늘어난 추가분만
기본소득 재원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이 구조는
“새로운 세금을 만든다”는 인상을 피하면서도,
기본소득이 기존 재정을 잠식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기본소득은
기존 복지를 대체하는 제도가 아니라,
그 위에 추가되는 바닥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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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면세를 성역으로 두지 않았는가
소비세 논의에서
가장 민감한 쟁점은 언제나 면세였습니다.
필수품에는 세금을 매기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
생존을 위한 소비에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
한국형 기본소득은
이 논리를 단순히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질문을 바꾸었습니다.
“무엇이 필수인가”는
과연 가격으로 구분될 수 있는가.
같은 달걀이라도
7천 원일 수 있고,
3만 원이 넘을 수도 있습니다.
같은 쌀이라도
최저가 생계 소비일 수도 있고,
고급 소비의 일부일 수도 있습니다.
품목만으로
필수와 사치를 나누는 방식은
이미 현실과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국형 기본소득은
면세라는 구분 대신
기본소득의 액수를 조정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생존을 보호하기 위해
가격을 왜곡하는 대신,
소득의 바닥을 올리는 선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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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신호를 다시 읽히게 하기
면세는 보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격 신호를 왜곡합니다.
세금이 빠진 가격은
그 재화가 얼마나 희소한지,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동반하는지를
정확히 말해 주지 못합니다.
농산물에 세금이 붙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것이 같은 값을 주고 사는 다른 것보다 귀한 자원이라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합니다.
환경 비용과 인프라 비용은
가격 밖으로 밀려나고,
소비는 왜곡된 신호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한국형 기본소득은
이 왜곡을 줄이려 했습니다.
면세를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격이 다시 현실을 말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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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세와 기본소득의 직접 연결
소비세 증세의 핵심은
세금의 용도를 숨기지 않는 데 있었습니다.
소비세로 걷힌 세수는
소비만 가능한 기본소득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이 구조는
“세금이 낭비된다”는 프레임을 약화시켰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낸 소비세가
다시 자신의 기본소득으로 돌아오는 흐름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세금은
사라지는 숫자가 아니라,
순환하는 구조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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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완결된 제도가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면세 구조의 전면 철폐가
처음부터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한국형 기본소득은
소비세 증세로 제도를 시작했고,
그 이후에야
면세 구조에 대한 논의를 단계적으로 확장했습니다.
기본소득이 충분히 커지기 전에는
면세를 없애는 것도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는
완성된 청사진이 아니라,
확장 가능한 설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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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구조 부가가치세는
단순한 세율 인상이 아니었습니다.
소비와 세금,
그리고 기본소득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장치였습니다.
한국형 기본소득은
이 방식을 통해
한 가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세금은
숨길수록 불신이 쌓이고,
보일수록 신뢰가 쌓인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