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연필을 다듬어 글을 쓰면서 

풍요로운 녹색 장원에서 

귀하게 살던 아름드리나무

쌓인 울분 원통하여라     

     

어느 날 갑자기 밑동이 잘리고 

낯선 제재소에 들어가 

온몸을 얇게 저미는 

아픔을 감수했지  

   

페인트 벽에 꽁꽁 묶여 

결박된 고통 참아낸 세월

외출 허가를 받고

단단한 세포층을 뚫고

외피를 탈출한다    

 

날카로운 구원의 면도날이

무거운 갑옷을 벗겨준다    

 

긴 - 호흡이 날개를 단다

해방이다

자유의 날개가 돋는다

ㄱ  ㄴ  ㄷ  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