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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미 Aug 13. 2020

티끌 모아 태산

하루를 기억하는 방법

티끌을 모으면 태산이 된답니다. 나의 티끌 같은 하루도 모이면 내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나의 티끌을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무심히 흘려보낸 수많은 오늘은 고운 모래 같아서 잡으려해도 잡히지가 않더군요. 지금도 흐르고 있는 나의 시간을 기억할 수 있도록 적어보려 했습니다.

  오늘의, 기억 속의 그 날의 대화를 한 토막 옮겨 적는 걸로 그 시간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소소하고 쓸데없어서 귀여운 대화부터 몇 년이 지나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말들까지, 나의 다양한 하루에 책갈피를 꽂아보겠습니다. 대화 속에 숨겨진 삶의 의미라든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라든지 하는 거창한 것들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소소한 대화들이 모여 결국 거창한 것들을 이루겠지요. 나를 만드는 작은 티끌, 우리의 작은 대화 한 토막을 기록하겠습니다.

  때로는 대화 말고, 줄글로 그 날을 기억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줄글을 씁니다. 그 날 겪은 일을 토대로 후기를 쓰기도 하고, 정말 개인적인 내용을 가득 담은 일기를 두서없이 쓰기도 합니다.


  하루를 글로 써내는 것. 내가 나의 하루를 기억하는 방법입니다. 방 청소를 하다가 오래된 앨범을 발견하면 그날 청소는 공쳤다,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앨범을 붙들고 그땐 그랬지, 맞아 이런 것도 했었지, 하고 지나간 과거를 읊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이곳도 그런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내 존재에 대해 의심을 거둘 수 없을 때, 나의 무력함을 이겨내지 못할 때, 넓은 세상에서 하나의 작은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버겁게만 느껴질 때, 나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질 때, 그럴 때 이곳에 돌아와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내가 쌓아온 티끌들을 보려 합니다. 알 수 없는 미래가 불안하다면 이미 알고 있는 과거를 보며 후회하고 반성하고 깨달으며 안심하는 건 어떨까 합니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고들 합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아닐 수도 있고요. 모두가 비슷한 인생을 살아간다면 나의 소소한 일상을 누군가는 공감하고, 누군가는 거기서 위로를 받고, 아니면 내 하루가 반면교사가 되어 저렇게는 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무튼. 나의 자잘한 하루를 보여드릴게요. 오늘도 나는 이렇게 살아서, 이곳에 글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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