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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미 Aug 13. 2020

함께 사는 법

그 날의 대화 한 토막

“애들 받아주기 힘들죠?”

“아, 조금.. 하하. 근데 괜찮아요.”

“재미없고, 쓸데없는 이야기라도 들어주세요 선생님. 집에서는 같이 말할 사람이 없거든요 저 아이들은. 부모님은 바쁘시고 항상 혼자 집에 있는 게 익숙한 아이들이라 사람만 만나면 그렇게 좋은가봐요.”

“아....”

“매일 벽만 보고 이야기하다가 사람이랑 대화하려니 얼마나 신나고 할 말이 많겠어요. 사람이라곤 할머니, 할아버지나 저 같은 늙은 아줌마, 아저씨 선생님들만 만나다가 선생님 같이 젊은 언니, 누나를 만나니 좋아서 죽으려고 하네요 애들이.”

“하하 그런가요.”

“네. 아이들이 혼자 자라다보니 모난 구석도 있고, 남의 말을 들을 줄도 잘 모르고 자기 할 말만 하고 싶어하는거 잘 알아요 저도. 선생님은 아이들과 대화해주세요. 그렇다고 아이들을 불쌍하게 봐서 봐주면서 대화하라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그냥 평소 친구들과 놀듯 대해주세요. 못된 말을 할 때는 화도 내시고, 재밌는 말을 할 때는 웃기도 하고, 의견이 안 맞으면 싸우기도 해주세요. 사람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의 활동을 겪게 해주세요. 그게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거예요. 사람들과 같이 사는 법을 알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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