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 대한 '주적(主敵)' 개념을 놓고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야당 측이 연일 설전을 벌였다. 국방부가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여파였다. 지난 달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를 두고 송 장관과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오갔다.
황영철 한국당 의원이 "국방백서에서 주작 개념을 삭제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송 장관은 "국방백서에 원래 '주적'이라는 말이 아예 없다"며 "제가 국방부 실무자에게 주적 개념에 관해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대한민국 영토·영해·영공을 침범하거나 위해하거나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자는 모두 적으로 간주한다'고 적을 정의했고, 그렇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논쟁에 '주적' 개념의 당사자인 북한도 껴들었다. 북한은 지난 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대결전쟁세력'이라는 기사를 내고 "'2018 국방백서'에서 주적 표현을 삭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세력을 '민족의 주적'"이라고 비판했다.
'주적'이라는 말은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국방부장관에 취임한 조성태 전 장관이 재임시절 만들었다. 조 전 장관은 장관에 취임한 해 6월 제1연평해전을 겪었다. 당시 조 전 장관이 '주적'이라는 용어를 만들자 "주적이 있으면 부적(副敵)도 있느냐"는 비아냥 대는 시선도 있었다.
조 전 장관은 "우리가 작전계획을 가지고 있는 상대가 주적"이라고 정의했다. 당시 연합사에서 갖고 있던 '작계 5027'은 북한을 상대로 하는 작전계획이었다. 이후 한반도 급변사태에 대응하는 '작계 5029', 전쟁에 미치지 못한 사태에 대응하는 '작계 5030'도 만들어졌다. 모두 북한이 주된 대상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던 김대중 정부는 주적 개념을 삭제하고자 했다. 조 전 장관은 2000년 6월 "현시점에서 북한에 대한 주적 개념의 변경여부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군사적으로 북한은 여전히 현존하는 위협이며, 현시점에서 북한이 대남군사전략을 수정하는 명백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3개월 뒤 북한이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처음으로 우리 측의 주적 개념을 문제 삼기도 했다. 당시 회담에 참가한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모두 발언에서 "남북 간 적대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지만, 이것을 국가 공식문서에 올리는 것이 적합하냐"고 했다. 이후 조 전 장관은 주적 개념을 교체하지 않은 이유로 교체됐다.
당시 조 전 장관은 "국군포로 송환문제는 "이산가족문제와 연관시켜 풀어가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번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에게 남북화해협력에 방해되는 전승기념 행사(7월27일)를 갖지 말라고 지시했다. 우리도 올 6.25 행사에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시가행진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적 개념을 고수한다고 해서 군이 북한과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주적 개념과 남북 대화는 별개의 문제다. 주적은 군사, 남북 대화는 외교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군이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하면서도 주적 개념을 유지함으로 안보를 지키는 것이 올바른 '국방외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