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 출신 탈북자의 남한군 정신교육上

한겨울, 전방부대, 연대 정훈과장, 탈북자 부부

by 밀덕여사

"거, 춥지 않소? 옷이 너무 얇구만 그래."

영하 20~30도까지 내려가는 한겨울. 전방부대에서 정훈과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인민군으로 10년을 복무하고 아내와 함께 탈북한 탈북자를 강사로 하는 장병 정신교육을 '주관'하는 일을 맡았다. 말이 좋아 주관이지, 주요 업무는 강사가 장병 정신교육 시간에 '쓸데 없거나' '이상한' 소리를 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일이었다.

위병소 앞에서 만난 중년 부부는 예상과 딴판으로 외모가 수려했다. 당시 나는 안보 정신이 투철했던 20대 중반의 정보장교였다. 강사 부부를 대기실로 안내하고 강의 전까지 대화를 나누고 장병들에게 강의를 하는 내내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긴장의 끈을 꽉 붙들고 있었다. 남편분은 나에게 '왜 이렇게 옷을 얇게 입었느냐'고 묻더니, '하긴 이 정도면 따뜻하지'라며 북한의 강추위에 대해 부연했다. 그렇다. 남한에서 가장 추운 곳이 북한에서는 가장 따뜻한 곳이다.

기름난로를 지핀 대기실에서 아내분은 짧게 자신의 군 생활에 대해 말했다. "북에서는 여군들이 훈련을 받다가 오줌을 지리는 일이 많은데, 남한에서도 그런가요?" 그렇다고 하기도,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해서 웃어넘겼다. 아니라고 하면 인민군보다 훈련을 덜 받는 것처럼 보일까봐 자존심에 '남군이고 여군이고 훈련을 받다가 오줌을 지리는 건 못 봤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는데, 기우였다. 강의를 들어보니 정말로 인민군에 비해 우리는 훈련을 아주 약하게 받고 있는 것이 맞았다.

맨 뒷자리에 앉아 강사로 나선 남편분이 PPT 자료를 보여주며 병사들에게 정신교육을 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처음 들어보는 '날것'의 북한군 훈련 이야기에 놀라서 입을 딱 벌리고 있느라 턱이 빠지는 줄 알았다. 강사는 말그대로 '개 같았던' 훈련 장면을 하나하나 자세히 묘사하면서 김일성과 김정일을 쉴 새 없이 욕했다. 욕설이 나올 수밖에 없는 훈련이었다.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고, 시설과 보급품은 말할 수도 없이 열악해 빠졌는데 훈련은 국군 특수부대 수준으로 받았다. 훈련을 받다가 누가 죽든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윗선의 의지가 너무 뚜렷이 나타나는 장면들이었다. 그의 강의는 10년 전 일인데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몇 번이나 속으로 '거짓말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설명이 너무 구체적이고 너무 생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