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3)

북한군 대면식

by 밀덕여사

군사분계선(MDL)이 남북 사이에 쭉 그어놓은 '선'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선은 없다. MDL은 남한군 GP나 북한군 GP나 근무하는 장병들이 대강 눈대중으로 알고 있는 보이지 않는 선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힘은 강력하다. 넘으려고 했다간 목이 달아난다.

남북 GP간 거리가 가까운 곳은 1km도 되지 않는다. 육안으로 서로 무슨 활동을 하는지도 보이는 정도로 가깝다. 어떤 활동을 하는지 뿐만 아니라, GP로 들어가는 길에 주요인물이 들어오는지도 24시간 서로 감시한다. 내가 모 GP에 들어갔을 때도 반대편에 있는 북GP에서 병사들이 쪼르륵 나와 쌍안경을 돌려보면서 내쪽을 살폈다. 웬 레토나가 갑자기 들어오니 저게 뭔가 싶었나보다. 나도 그들의 모습을 쌍안경으로 지켜봤는데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GP 장병들은 철모, 방탄복, 총기 등 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좋은 보급품을 받는다. UN 정전협정을 철저히 지킬 수가 있다. 북GP는 보급품을 제대로 받지를 못하기 때문에 방탄복을 입은 모습은 한 번을 본 적이 없고 철모도 제대로 쓰는 모습을 거의 못 봤다. 여름엔 웃통을 다 벗고 막사 지붕 위에 올라 새끼줄을 꼬는 등 국군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

이를테면 농사를 짓고 낚시를 하거나 나물을 뜯으러 다니는 것이다. 북한군은 자급자족을 한다. 북에서도 GP는 매우 우수한 자원이 선발되어 들어가는 곳인데도 물건뿐만 아니라 식량조차 배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여름철에 웃통을 벗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북한군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갈빗대가 하나하나 다 보일 정도로 깡말랐다. 영양실조 상태라는 걸 한 눈에 알 수가 있다.

GP에서 근무하는 북한군은 나물을 뜯으러 다니거나 낚시를 하는 게 일상 생활이나 다름 없다. 식량을 구하러 MDL 근처까지 자꾸 내려온다. 평소처럼 식량을 구하러 다니는 척 하다가 돌발 행동을 할까봐 근무 시간 내내 긴장 속에 있어야 했다. 식량 배급에 비해 북한군의 수색·매복 작전 강도는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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