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던 나는 전문직이 아닌 곳으로 직장을 다녔다. 철학 소녀였던 내겐 그 어느 직장도 너무 버겁고 어렵고 고통스러웠다. 그동안 정말 많은 직장을 헤매었고,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준비를 할 수 있는 경제 여유가 없었고, 글을 쓰면서 지냈다면 더 빨리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을 건데 그것조차 사치였을 때였다. 무엇이 내 마음을 막았는지 생각해본다. 우선 나는 경제여건의 문제뿐만 아니라 나를 희생하여 민주화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젖어 있을때였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나처럼 재능 없는 사람이 작가가 되겠어"라고 생각하며 내가 나의 길을 막았다
원하는 삶을 준비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도 그때는 불가능했다. 나의 이십 대는 혼란 그 자체였다.
너무 힘들어도 글은 쓸 수 없다.
헤매고 헤매다 이제야 브런치를 통해 글을 쓰고 있다. 결정적으로 옮겨다닌 시기는 마흔 넘어서였다. 내가 왜 그렇게 많이 옮겨 다녔을까... 너무 힘들어서, 실적이 안돼서 직장을 정말 많이 옮겨 다녔다. 돌이키는 시간 속에는 회한과 각각의 곳에서의 아쉬움이 가득하다. 다녔던 직장이 어떤 곳인지, 자기 적성에 맞는 직장이 중요하다는 것,이땅을 살고 있는 전문직이 아닌 이들의 직장의 삶을 기록하고 싶다.
# 경리
경리업무는 체력이 약한 사람도 가능하다. 노동강도가 약해서 이다. 동료가 없는 회사여서 하루 종일 너무 심심했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이 있어야 취업이 가능하며, 글을 쓰면서 직장을 다닐 수도 있다. 경리 업무는 직장 상사가 중요하다. 하루종일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며 경리를 채용하는 곳은 대부분 영세업체이기에 좋은 직장상사를 만나는 곳은 축복이다. 미래 자격증 준비하기도 좋고, 자기 계발하기 좋은 곳이다.주로 전화응대와 회계, 세금계산서 처리업무를 한다. 주로 20대가 많이 근무하며 40대정도가 되면 거의 채용하는 곳이 없다.
# 공장 노동자
공장 노동자였던 그곳은 일본 계열사였으며 전기 회사였다. 공장에서의 일은 반복하는 것이다. 기계에 부품을 넣어 찍고, 조립하고 납땜을 했다. 반복적이기 때문에 지루하고 심심하다. 동료관계가 회사 생활에 중요하다. 경쟁관계가 아니며 퇴근 후 떡볶이를 먹으러 가기도 하고, 볼링장에 가기도 하며, 술도 한잔 하고 노래방에 가기도 하며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반복적인 일을 하는 지루함이었다
내 옆자리 남자는 나보다 두 살 많았는데 적응하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니 장난을 잘 치는 분이였다. 나중에 점점 친해졌는데 사내커플이었다. 집안에 큰 문제가 생겨 퇴사하기 전날 송별회를 하는데 그 분이 '녹색지대의 준비 없는 이별'을 불렀다. 퇴사하고 집으로 사람들과 걸어가는데 차 안에 그분이 앉아 있었다. 그런 에피소드도 있었다.
# 화훼 농원
화혜 농원에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식물 박스 포장이었다. 다양한 화분을 포장해야 돼서 일을 완전히 익힐 때까지 3개월이 걸렸다. 너무 큰 화분을 포장하니 어깨도 아프고 허리가 아팠다. 몇년씩 근무하는 분들이 대단하게 보였다. 이곳도 역시 동료가 경쟁관계가 아니어서 재미있었다. 꽃과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적성에 맞을 것도 같았다. 그러나 역시 남자가 근무해야 될 정도로 노동강도가 크다. 이곳에서 사무실에서 일하는 웹디자이너와 카풀을 하게 되어 친해졌는데 스무 살 정도 나이 차이가 나는 데 만나면 재미있고 대화도 잘 통하는 편이다. 이 직장에서 얻은 것은 그 동생과 풀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