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드로잉
필름 드로잉은 뒹구는 스케치북에도 그리고, 이면지에도 그렸어요. 자세를 잡고 수없이 고치며 진지하게 그린 그림은 오히려 시나몬 베어와 친구들이에요.
필름 드로잉처럼 자유로운 드로잉이 익숙하고 편한 건 서양화를 전공해서 인가봐요.
대학을 다닐 때에도 깨끗한 종이에 정돈된 그림을 그리는 디자인과와 달리 서양화과는 신문지나 줄이 그어진 종이, 찢어진 종이 등에 그림을 그리고 일부러 잉크도 몇 방울 떨어 뜨리며 "우리는 형식을 깬다."라고 으스댔죠.
옷만 봐도 서양화과, 한국화, 디자인과가 구별되었어요. 전반적으로 멀끔한 이미지의 한국화 친구들이 제일 미대생 같지 않았고, 디자인과 친구들은 옷을 멋지게 입었어요. 서양화과엔 얼굴을 캔버스처럼 생각하며 진하게 화장하는 예쁜 선배들이 많았어요. 작업용 앞치마를 둘러도 우리들의 옷엔 늘 물감이 묻어 있었는데 그건 지저분함이 아니라 자유와 열정처럼 느껴졌어요.
요즘의 미대 분위기는 어떤지 모르겠어요. 이런 얘기들이 라떼처럼 느껴지는 분들도 있겠죠.
암튼 모든 작가의 그림이 그렇겠지만 연필과 펜으로 그린 필름 드로잉이 서양화과를 전공했고, 스토리가 담긴 영상을 좋아하는 저의 색깔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것이 검정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손에 잡히는 종이에 펜과 연필로 그린 필름 드로잉은 인사동 골목에 위치해있는 한옥 갤러리에서 전시를 합니다.
지나가다 들를 일이 있으면 고즈넉한 한옥에 걸린 그림 보고 가세요. 도심 한가운데 있는 한옥의 정취만으로도 좋으실 거예요.
인사동 리수 갤러리 '새해를 여는 아침 전'
12월 30일~1월 4일까지 (오전 11시~오후 6시)
1일과 2일엔 오후 1시~오후 5시까지 오픈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상주해 있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