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드로잉
나와 영화 취향이 전혀 반대인 c는 이 영화를 외로워 미칠 지경인 사람들이 추하게 구는 영화라며 싫어했다.
"언니가 이 영화를 좋아한다니 믿기지 않아요."라는 말로 그녀는 정말로 이 영화를 좋아하느냐고 나에게 재차 물었었다.
나는 <Her>가 외로움에 대한 영화여서 좋았다. C의 말처럼 외로워 미칠 지경인 사람들이 벌이는 추한 행태는 주인공 테오도르의 감정선 밖의 일이었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상황들이 역설적으로 주인공의 고독한 내면을 강조한다고 보았다. 아마도 수다스럽고 명랑한 C는 이런 외로움을 가만히 바라보는 성향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그녀를 위해 맞춤 제작된 옷과 같은 배우자가 있기 때문에 테오도르의 외로움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것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사만다와 테오도르가 나누는 감정과 정서의 교류에도 감동했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실연의 슬픔을 나누며 서로에게 기댄 에이미와 테오도르의 우정에도 뭉클했다. 인생은 외롭지만 들여다보면 위로가 되는 순간들의 연속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오직 목소리로만 연기하는데도 가슴을 찡하게 하는 스칼렛 요한슨. 그녀가 부른 moon song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언제가 우쿨렐레를 배우게 되면 이 곡을 꼭 불러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