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드로잉
롱테이크인 줄 알았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했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인공이 폭포에서 떨어져졌다가 겨우 떠오른 뒤 물에 휩쓸리고, 그랬다가 겨우겨우 땅 위로 나와서 걸어갈 때 나는 흥분해서 외쳤었다.
"배우의 몸이 흠뻑 젖었을텐데 안 끊고 그냥 이어간다고? 몸이 저렇게 젖었는데?"
블레이크가 죽어갈 때 얼굴이 점점 창백하게 변해가는 걸 보며 나는 또 외쳤었다.
" 저 롱테이크에서 점점 핏기를 잃어가는 창백한 얼굴 분장은 어떻게 한거지?"
철조망 사이로 부드럽게 흘러 들어가는 카메라의 동선은 어떻게 했을까 그것도 미스테리였다.
어떤 장면도 평범하지 않았고 지루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원 컨티뉴어스 숏'이라는 촬영기법 덕분이라고 한다. 짧은 컷을 연결해서 롱테이크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이다. 배우의 발걸음 수까지 세어서 반복촬영을 해야 하는데 이 영화처럼 야외의 빛을 이용하는 경우는 하늘이 선택해야 할 수 있는 촬영기법이라고 한다.
<1917>에 이런 기법만 있었다면 이토록 감동적이진 않았을 거다. 그냥 '새로운 시도의 전쟁영화구나.' 했을 거다. 이 영화의 몰입감은 원 컨티뉴어스 숏에서 느껴지는 감탄뿐 아니라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의 배우, 그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 전쟁이란 얼마나 무모하고 허무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여운들, 평화로운 꽃밭에서(유채꽃을 닮았다) 시작해 다시 그 꽃밭에서 끝나는 장면이 수미쌍관을 이루며 전쟁의 잔인함과 우매함을 돋보이게 했다.
연출과 시나리오, 배우의 연기까지 ! 나의 2020년에 최고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