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G에 대한 소회
2024.3.11
보이차를 조금 뜯었다가 다시 털어 넣고는
작년 봄볕을 품었을 녹차를 꺼냈다.
녹차를 마시면 몸이 차져서 겨우내 영 당기질 않더니
오늘은 좀 쌀쌀한데도 절로 손이 간다.
이파리의 보송한 솜털에 연한 수색이
풀려가는 기온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다시 3월, 봄이로구나.
-------------------------------------------------------------------------------------------------------------------
2025. 03. 13
위 글은 작년 3월 11일의 기록.
오늘 녹차 생각이 나서 꺼내 마신 차가 딱 저 차이다.
문득 생각나서 발행하지 않았던 글서랍을 열어보니 이런 글이...
귀신같이 초봄의 요맘때 되면
발효차보다 상큼한 녹차 생각이 나는게
자연은 참 규칙적이고
내 취향도 참 한결같다 싶어 웃음이 피식 난다.
저 차는 TWG의 n.648 Snow of Yunnan이다.
운남지역 녹차로 스노우 붙은거 보면 운남 백설 정되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매우 여린 잎을 써서 솜털이 복슬복슬하고 맛도 상큼하다.
수천가지에 이르는 중국차 원산과 종류를 파헤쳐 마실 정도의 호사가는 못되어서
운남 녹차인데 나쁘지 않다, 정도가 나의 소회이다.
외국에 나갈 수 없는 코로나 때 재미붙인 TWG 본사 직구인데
고급차를 표방하는만큼 어느 수준의 가격을 지불하면 대체로 평타는 치는 듯.
뭐, 당연한가?
twg 차의 장점은 다양하다는 것.
단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최대 단점은
차종은 수백가지인데
뭐가 섞였는지 자세한 블랜딩 성분과, 정확한 수확 시기를 고시하지 않는 다는 것.
블랜딩 성분이나 배합비는 자기네 비방이라 안밝히더라도
뭐가 들어갔는지는 알려줘야 될것같은데 왜 아예 안알려 주는지.
그리고 차는 수확시기가 생명인데(적어도 나에게는 무척 중요) 전혀 고지하지 않는다.
숙성차류가 아닌바에야 묵은 차 먹고싶지 않다구.
나는 경증(?!)의 의심병 환자라
twg에서 취급하는 차가 얼마나 많은데 그것들 수확시기와 상미기한을
얼마나 잘 관리할까에 대한 의구심을 좀 갖고 있다.
(그럼에도 계속 사먹는다는게 함정...)
여튼, 그 때문에 특히 블랜딩 차 고를 때는 약간의 도박이 필요하다.
난 블랜딩 차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간혹 호기심에 구매하기도 하는데
새로운 차를 골랐다가 싫어하는 맛이 당첨되면 그걸 고른 손가락을 탓할 수 밖에.
다행이 오늘의 스노우 오브 운남은 스트레이트 티라 그럭저럭 괜찮다.
간만에 마신 녹차라 그런가.
값비싼 교쿠로를 마시려 만지작거리다가
연구실 찻장에 딱 3그램 남은지라 조만간 올 손님을 위해 아껴두고
오늘의 차로 당첨된 스노우 오브 운남.
재작년 구입분보다 이 작년 구입분이 맛이 덜한 느낌이긴 한데
이거야 기억에 의존한 인상평이고.
다시 봄이 온다.
봄이 부르는 맛,
녹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