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oda, Airbnb, 트리플
핸드폰에 꽤 많은 앱을 넣어두고 씁니다. 기본 탑재된 앱을 제외하고 얼추 100개 이상은 되는 듯합니다. 보험 청구부터 회사 업무처리, 에어컨이나 세탁기 작동도 모바일로 할 정도로 활용도도 꽤 높다고 자신합니다. (나의 집안일을 책임지는 LG ThinkQ 만세!)
사용 중인 여러 앱 중에서 특히 높은 UX 만족도를 경험한 앱을 골라 소소하게 소개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로는 여행 관련 앱인데요. 다분히 개인 취향에 의거한 사용 후기인 점을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꽤 오래전부터 호텔 예약 시 아고다를 사용해오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사건 사고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제 경우에는 한 번도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고 여러모로 편한 기능이 많아서 다른 여행 앱이나 예약 사이트로 갈아타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기능은 '결제 직전까지 갔던 호텔 홈에서 보여주기'입니다. 아고다에서 특정 호텔의 상세정보를 들여다보고 결제 직전이나 도중에 멈추고 앱을 이탈하면, 다음번 접속 시 아래와 같이 홈 화면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호텔을 보여줍니다.
앱 안에서 이 호텔 저 호텔 눌러다 보면 마음에 들었던 호텔로 다시 찾아가는 게 꽤 번거롭습니다. 게다가 처음 설정했던 (꽤 마음에 들었던) 조건을 잊어버리기 쉽죠. 이 기능은 그런 낭비를 줄여줍니다. 물론 '찜'이나 '최근 본 숙소' 같은 기능은 어떤 여행 앱에도 있습니다만, 아고다의 경우 바로 결제 페이지로 연결되기에 더 편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클릭해봤던 호텔의 가격이 떨어지면 아래와 같은 알림 메시지도 받을 수 있습니다. 아고다는 '숙소에서 나중에 결제'나 '후지불' 등의 옵션이 있어서, 혹시나 예약해둔 호텔에 더 좋은 혜택이 발견되면 얼른 예약을 변경할 수 있거든요.
에어비앤비는 잘 만든 UX의 대명사죠. 숙소 예약이 얼마나 편하고 쉬운 플로우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최근 제가 눈여겨보고 있는 건 에어비앤비가 예약한 게스트에게 추가 액티비티를 구매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하단 바에서 '여행' 아이콘을 누르면 예약한 숙소를 확인하는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여기서 '일정'(노란색 동그라미)를 클릭하면 해당 숙소에 묵는 기간 동안의 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죠. 여행 일정을 짜는 순서가 항공권 > 숙소 예약 > 세밀한 여행 계획 세우기, 즉 액티비티 고르기라는 걸 에어비앤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머무를 곳을 고른 게스트에게 '이제 여기서 뭐할래? 이것 좀 볼래?'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즐길거리'와 '추천 여행'을 보여주고 있죠(빨간색 네모).
액티비티 상세 페이지로 들어온 사용자에게 이 페이지를 원하는 언어로 번역해서 볼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이탈을 막을 수 있습니다(좌측 노란 동그라미). 에어비앤비 특유의 고객 경험인 '호스트에게 연락하기' 기능(우측 노란 동그라미)은 액티비티에서도 제공됩니다. 낯선 곳을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당연히 호스트에게 이것저것 묻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을 얻고 싶습니다. 게다가 앱 상에서의 대화라도 일단 호스트와 1:1 대화를 하고 나면 마치 상대방과 이미 아는 사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당연히 예약할 확률은 높아지겠죠. 생에 한 번 방문하는 여행지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간파한, 똑똑한 장치입니다.
호텔 예약 따로, 일정 정리 앱 따로, 지도 앱 따로 쓰기 귀찮다면? 트리플을 추천합니다. 여행에서 필요한 모든 정보, 챙겨야 할 모든 요소들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일단 홈에 들어가서 내 여행 일정을 저장하고 나면, 단 하나의 페이지에서 맛집, 숙소, 액티비티 등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여행지는 가이드북 없이도 문제없지 싶습니다. 사실 제가 그랬거든요. 올해 초 엄마와 둘이 베트남 여행을 갔는데, 구멍 생길 정도로 밑줄 그어가며 본 가이드북을 두고 온 겁니다. 부랴부랴 인천공항에서 트리플 앱을 켜고 일정을 다시 세우기 시작, 놀랍게도 공항에서 대기하던 2시간 만에 깔끔하게 끝났습니다. 액티비티 예약도 일사천리였고, 가이드북에는 나와 있지 않았던 현지 스파를 예약할 때도 트리플 앱상에서 호텔과의 거리를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렇게 유용한 트리플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기능은 바로 '오프라인 가이드'입니다. 비행기 안에 갇혀 있는 시간은 대부분 고역입니다. 일등석이 아니고서야 다리도 제대로 뻗지 못하는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핸드폰에 저장해 둔 영화 보는 것 정도죠. 그나마도 배터리 닳을까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저는 보통 이 시간에 가이드북을 탐독하는데, 하필 그 소중한 가이드북을 놓고 와 버린 겁니다(!). 그때 트리플 앱의 '오프라인 가이드'가 저를 살렸습니다.
미리 다운로드하여서 핸드폰에 저장해두면 인터넷 걱정, 배터리 걱정 없이 읽어볼 수 있습니다. 구성도 쫀쫀하고 가독성도 좋습니다. 제법 무게가 나가는 가이드북보다는 훨씬 휴대성도 좋죠. 이후 저는 주변 사람들이 여행 간다고 할 때 빼놓지 않고 이 기능을 알려줍니다. (어느 정도 주기로 업데이트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뭐 한번 간 여행지를 아주 짧은 주기로 다시 방문하는 사람은 잘 없을 테니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위 세 앱의 선정 기준과 사용 후기는 다분히 저의 개인 취향에 의거한 것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앱과 그보다 많은 취향이 있으니, 부디 저의 소소한 취향을 너그러이 봐주시기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혹시 더 맘에 드는 UX를 가진 앱을 발견하면 여행 앱 2탄으로 돌아올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