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지능과 인공지능 사이의 인식론적 차이

말은 참 잘하는데... 진짜 아는 걸까? Epistemia?

by 미미니

연말 여행 중인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제 자신이 이상하지만, 오늘도 따끈따끈하고 흥미로운 AI 논문 한 편을 배달해 드립니다.

바로 “Epistemological Fault Lines Between Human and Artificial Intelligence​”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인식론적 균열)입니다.

이 논문의 핵심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ChatGPT가 똑똑해 보이긴 하지만, 사실 인간이 '안다'라고 하는 방식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작동하고 있다.

논문의 저자들은 이 간극을 7가지로 정리했는데, 읽다 보면 "아, 그래서 AI가 그랬구나!" 하고 감탄을 하게 됩니다. 함께 살펴볼까요?


인간 vs LLM, 무엇이 다른가? 7가지 결정적 차이점


1. 뿌리 내림의 간극

인간은 대화할 때 눈빛, 목소리 톤, 주변 분위기 등 온갖 감각 정보를 함께 처리합니다. 하지만 LLM은 오직 '글자'만 봅니다. "야, 너 지금 화났어?"라는 문장의 미묘한 뉘앙스를 LLM이 100% 이해하기 힘든 근본적인 이유죠.


2. 해석 쪼개기의 간극

우리는 상황 전체를 맥락으로 이해하지만, LLM은 문장을 ’토큰'이라는 조각으로 잘라 숫자로 계산합니다. 가끔 황당한 오역이나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이 '숫자 놀이'식 쪼개기 때문입니다.


3. 경험의 차이

인간은 중력을 '몸으로' 겪어 압니다. 하지만 LLM은 "사과는 아래로 떨어진다"라는 문장이 인터넷에 많으니까 그렇게 말할 뿐입니다. 실제 물리 법칙이나 직관적 경험이 전혀 없는 '데이터 속의 삶'인 셈이죠.


4. 동기의 차이

우리는 이기고 싶어서, 사랑해서, 혹은 돈을 벌고 싶어서 판단을 내립니다. 하지만 LLM에겐 욕망이 없습니다. 그저 '다음에 올 가장 확률 높은 단어'를 찾을 뿐이죠.


5. 인과관계의 차이

인간은 "A 때문에 B가 일어났다"는 인과관계를 따지지만, LLM은 "A 다음에 B가 자주 나오더라"는 통계적 동시출현에 집중합니다. 깊은 상관관계는 알지만, 진짜 '이유'는 모를 때가 많습니다.


6. 자기 성찰의 단층

인간은 "이건 잘 모르겠는데..."라며 멈출 줄 압니다. 하지만 LLM은 모르는 것도 자신 있게 지어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은 AI의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인 것이죠.


7. 가치의 차이

우리는 내 신념이나 도덕, 평판을 걸고 말합니다. 책임감이 있죠. 하지만 LLM은 잃을 게 없습니다.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기에, 그저 가장 그럴듯한 답변을 뱉어낼 뿐입니다.


'에피스테미아(Epistemia)': 우리가 빠진 그럴듯함의 함정


이 논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에피스테미아'라는 말입니다. 이는 언어적인 그럴듯함이 '진짜 아는 것'을 대체해 버린 상태를 뜻합니다.

우리는 AI의 유창한 답변을 보고 "와, 이 녀석 정말 똑똑하네!"라고 착각합니다. 논문은 이를 판단의 노동을 빼앗기는 현상이라고 경고합니다.

인간은 결론을 내리기 위해 의심하고, 검증하고, 고민하는 고통스러운 인지적 노동을 거칩니다. 반면 AI는 이 과정을 싹 건너뛰고 결과물만 툭 던지죠. 우리가 이 편리함에 익숙해질수록, 우리의 비판적 사고 능력은 퇴화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논문은 우리에게 세 가지 과제를 던집니다.

평가 방식의 변화: 단순히 답이 맞았나를 볼 게 아니라, 어떤 추론 과정을 거쳤나를 평가해야 합니다.

거버넌스 구축: 판단을 AI에게 어디까지 넘길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문해력: 이제는 글을 읽는 능력을 넘어, 이 문장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생성되었는가를 파악하는 능력이 필수입니다.


마무리:LLM은 엄청 똑똑하게 말은 하지만, 인간처럼 '알고 있다'라고 말할 자격은 없다.


개인적으로 이 논문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습니다만, 마지막 경고는 가슴에 남습니다.

우리는 AI의 언어적 유창함에 속아 그들에게 인간과 같은 수준의 판단력을 부여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AI가 뱉어내는 그럴듯한 답변들 사이에서, 우리는 '진짜 아는 것'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요?

오늘도 AI와 함께 살아가는 여러분께 이 글이 유익한 통찰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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