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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Jan 29. 2024

자식은 스스로 만든 약점이야



자식은 자기들의 약점이야
스스로 만든 약점
난 그래서 자식 낳기가 무서웠어




조리원에서 친해진 언니네 집에 놀러 갔다.

아기들은 뒤척뒤척이며 누워있고 한참을 옹알이하다 칭얼거렸다.

어느새 새근새근 잠든 아기들의 숨결이 들려오기 시작할 때였다.



내가 왜 자식이 낳기 무서웠는 줄 알아?
자식은 내 약점이 되거든
내가 스스로 만든 약점
난 자식 때문에 약해지는 게 너무 싫어



'이 언니는 아기가 생기지 않아서 인공수정까지 했다면서 왜 자식을 스스로의 약점이라고 생각할까?'

언니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거진 10년 정도 흐르면서 문득문득 그 말이 떠오른다.

이제는 제법 짙어졌다.

언니는 어떤 계기로? 혹은 어떤 생각 끝에? 그러한 깨달음을 얻었을까



자식이 자기 스스로의 약점이 될 줄 알면서도 자식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육아하는 헌신은 어떤 세계관에서 나오는 것이며 종국에는 자식을 낳길 잘했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

지금도 자식을 나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지, 자식을 키우면서 행복했는지, 약점 같은 나의 자식을 강점으로 만들었는지... 칭얼거리다가 잠든 아이들이 성장한 만큼 엄마로서 성장했을 언니의 소견이 듣고 싶다.



창문을 통과하여 들어오는 햇빛의 따듯한 감촉과 시공간을 마비시키는 듯 아늑히 들리던 아이들의 숨결소리, 깜박 깜빡이 감기던 언니의 긴 속눈썹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나는 왜 자식을 낳았지?

결혼을 했으니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었고 '자식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빈틈없이 꽉 찬 가정의 형태라고 생각했다.

마치 결혼이라는 돌다리 다음에 당연히 자녀계획과 임신, 출산을 건너야 하는 것처럼 돌다리를 두들겨 볼 생각 없이 폴짝폴짝 건너서 여기까지 왔다.

뒤돌아보니 왜 이렇게 당연스럽고 치열하게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키워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자식이 주는 기쁨과 뿌듯함도 상당하지만 어쩌면 그 자체의 의미보다 더 과대하게 느낌으로써 삶의 방향성에 대한 정당성과 보람을 가지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내 아기가 임신 시절부터 영아기,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를 보내며 아무런 이슈없이 건강하게 성장했을 때

원만한 교우관계와 평균 이상의 성적을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도 자식을 나의 약점이라고 느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불안도와 긴장감이 높은 나로서는 '그럴 것'이다.



이미 내 자식은 아무런 이슈 없는 아이가 아니라 그런지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나의 체력과 감정소모는 심해졌다.

뱃속에 있을 때는 신장이 늘어나있던 아이는 , 태어나자마자 예방적 항생제를 먹기 시작했고 예방적 항생제를 끊자마자 요로감염에 걸려 14박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이전부터 있었던 분노발작은 시간이 지날수록 횟수와 강도가 심해지더니 끝내는 뇌에서 경기파가 발견되어 뇌전증약을 먹기도 했다.

분노발작으로 숨 쉬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서 *청색증만 오지 않기를 빌었다.



*청색증: 아이가 많이 울거나 쇼크 받을 경우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서 일시적으로 청색증이 나타난다.



아기 얼굴이 새파랗게 질릴 때마다 혹여 이 아이의 붉그스레 한 볼을 다시 볼 수 없을까 봐 무서웠다.

뇌전증 판정을 받았을 때는 '계속하여 평범하게' 살 수 없을까 봐 무너질 것 같았다.






이런 이벤트가 계속되자 나의 일상은 몹시 불안해지고 불안정해졌다.

기어코 자식은 나의 약점이 되어 외출의 자유, 지적 욕구 실현과 지적 허염심 그 중간쯤에 자리 잡은 자기계발, 스트레스 해소를 빙자한 일탈등을 못하도록 막았다.

보통은 약점을 극복하려 하거나 아예 회피해 버린다.

하지만 자식이 나의 약점이 될 경우에 우리는 극복할 수도 회피할 수도 없었다.

무엇이든 간의 나. 의 약점이라고 인식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불행해진다.

약점이 아니라 약점이라고 인식하는 순간부터 나의 약점이 생기는 것이다.

자식을 키우며 자식이 나의 약점이라면 나는 어떻게 자식을 나의 강점으로 만들어야 할까 끊임없이 생각하다 깨달았다.

사실 이러한 깨달음을 이미 내재하고 있는 부모들도 많을 것이다.

나란 우울장애 엄마는 비관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종국에는 나 스스로를 파탄 내는 결말까지 상상하기에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려 자식은 나의 약점이 아니라고 깨달은 것이다.






약점은 극복되어 강점이 되는 것이 아니다.


약점으로부터 극복되면 우리는 약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뿐이다.

약점 역시 나에게 관리당하고 있는 일련의 징크스나 감정이 되는 것이다.

우선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가성비가 떨어진다.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하게 된다.

약점이 아닌 강점을 개발하고 발휘하는 것이 우리의 성공과 행복을 성취하는데 더 효율적이다.

약점을 강점으로 만드는 것보다 간섭과 방해받을 가능성이 확실히 줄어든다.



자식이 나의 강점이 되려면 자식은 건강해야 하고,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고, 누구에게나 인기 많고, 스트레스 관리도 훌륭히 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싶다.

사람들이 믿는 전지전능한 신도 악마보다 더 한 사람들을 보면 머리를 싸맬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신의 약점이다.



약점을 인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약점이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키워야 한다.

이 말은 즉, 자식이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 아프고, 조금 예민하고, 조금 손이 많이 가는 내 자식은 더 이상 내 약점이 아니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 일 뿐이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찾을 것이고.

이것은 나의 일상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실제로 실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앞으로도 더 단단히 마음먹어야 할 것이고.

나를 쓰러뜨리려 하는 약점은 바깥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다는 것

자식은 내 약점이 아니라 강점조차 될 수 없다는 것



잊지 않고 기억하겠노라

자식이 스스로 만든 약점이라 말했던 언니에게, 그동안 죽도록 힘들었고 자식을 원망해 보고 나를 원망하다가 이제야 알았다며 적당히 호들갑 떨며 말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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