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인스타그램
브런치 작가가 되어 온갖 희망에 들떴던 것도 잠시, 열심히 글을 써서 우측 상단의 '발행'버튼을 누를 때마다 설레던 마음은 2주도 안 되어 시들해져 갔다. 이유는 간단했다. 읽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 제아무리 훌륭한 예술 작품도 감상평을 말해줄 이 없는 무인도에 있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렇다고 내 글들이 그 반열에 오를 정도라는 얘기는 아니다. 예를 든 것이다. 그냥 예. 이그잼플. 여튼 답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 파김치처럼 축 늘어져 있던 내게, 나의 정신적 스폰서이자 작업 메이트인 A언니가 팁을 주었다.
"구독자 수를 늘리려면 인스타그램부터 해보는 게 어때?"
그렇다. 가입자수 10억에 육박하는 대세 of 대세, 남들 다 하는 인스타그램을 나는 그때껏 안 하고 버티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SNS(a.k.a 시간 낭비 서비스)를 딱히 할 필요성을 못 느꼈거니와, 연출되고 편집된 개인의 일상을 전시하는 가상의 공간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타인의 화려한 일상을 엿보며 열등감에 허덕이고 싶지 않았다. 급한 성격은 기본이고 타인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나라는 인간에게 SNS란 딱 폐인되는 지름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지조를 지켰던 것. 하지만 인스타의 어마어마한 파급력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생각을 달리 해보게 되었다. 그래, 일단 내 글들을 읽어줄 사람들을 모으려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서 광고를 해야겠지. 샘플부터 보여주면서. 그리하여 도리없이 나의 인스타 인생이 시작되었다. (A언니 고마워.)
프로필 자기소개란에는 유일하게 내세울 만한 '브런치 작가'를 제일 먼저 적었다. 그리고 일명 '인스타 갬성'에 걸맞는 짧은 글들, 내가 살아가면서 떠올리는 단상들을 생각 날 때마다 풀어놓았다. (브런치와는 달리 인스타그램은 길거나 심각한 글보다는 가볍게 휙휙 읽을거리가 먹히는 곳이다.) 예쁜 이미지, 폰트를 곁들여 단장시킨 게시물들은 내 계정 안에서 제법 그럴듯하게 빛나 보였다. 좋아요 하나 받을 때마다, 팔로워 한 명 늘어날 때마다 어찌나 두근거리던지. 가입하자마자 순식간에 수천 수만의 팔로워들이 모이고 아무 거나 대충 올려도 좋아요 폭탄세례를 늘상 받는 연예인들은 평생 모를 거다 그 기분. 소소하면서도 서글픈 기쁨을.
오늘로서 인스타 5일차. 아직도 내 팔로워는 서른 명이 채 안 된다. 내가 사회생활 전무한 백수인데다 인간관계 반경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리라. 이미 인스타를 시작한 지 꽤 되는 지인들의 천 단위 팔로워수를 볼 때마다 주눅들고 질투마저 느끼는, 생각보다 내가 더 찌질하고 옹졸한 인간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다행인 것은 분명한 목표가 있기에 마냥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어 있을 수가 없다는 것. 내 꿈은 글로 밥 벌어먹는 작가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보며 울고 웃고 공감하고 위로받고, 나로서는 적당한 부와 명성과 창작의 희열을 얻기를 간절히 바란다.
작가 지망생으로서 타인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매혹적인 표현을 고민하고, 사람들의 관심 하나하나가 더없이 소중하기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인스타에 올리게 되는 일상. 그야말로 숨 쉬듯 글을 쓰는 매일이 이어지고 있다. 창작에의 욕구가 다시 서서히 끓어오른다. 그거면 되었다. 아무 생각 말고 그저 꾸준히 내 할 일을 하자. 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교회는 안 다녀도 이 말씀은 믿는다. 에이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