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모사 Mar 21. 2022

제주도 서남쪽 끝에서의 삶

침실 창문을 열면 보이는 풍경

  우리 부부가 사는 곳은 제주도의 서쪽 끝이자 남쪽

끝인 대정읍이라는 곳이다. 우뚝 솟은 모슬봉과 넓은

들판이 푸르게 푸르게 사방으로 펼쳐져 있는 곳. 조용

하고 한적하고 기가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매일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은......


심심하다. 미치도록 지루하다. 마치 유배온 것처럼.

(실제로 추사 김정희의 유배지가 우리 동네였다;;;)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볼거리 즐길거리 넘치는

대도시에 적합한 외향형 다혈질 인간인 나에게 이곳은

우울증이라는 달갑지 않은 병을 선물해 주었다.


제주살이. 제주도 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이들의

로망일 것이다. 그러나 4년째 살아본 내가 자신있게

단언한다. 제주살이의 즐거움은 딱 한달까지다.


잠시잠깐 머무르며 리프레쉬 하기에는 물론 최고다.

무려 세계 8대 자연경관 중 하나인 제주도가 아닌가.

하지만 일년 365일 내내 삶을 영위해야 하는 거주지라

면 이야기의 결이 달라진다. 육지의 대도시들보다 비싼

물가와 살인적인 여름의 습기, 적은 인구밀도로 인한 외로움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번화한 제주시라면 모를까, 나처럼 서귀포의 리얼 컨트리 구석탱이에 짱박혀있는 삶이란 정말 비추다.


아, 은퇴 후의 한적한 전원생활을 꿈꾸는 노인들이나 인간들 꼴이라면 보기도 지긋지긋한, 사람에 치일대로 치여서 염증이 곯아버린 셀럽들에게는 강추. ㅎㅎ


그래도 어쨌건 여기당분간 살아가야 하는 운명인지

라, 어디를 찍어도 화보집 하나는 뚝딱 나오는 아름다운

우리 동네 자랑을 끄집어내며 글을 마쳐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슬프지 않았던 외할머니의 임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