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의 관계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완전히 자연스럽고 갈등 없는 관계로 지내는 것이 가능할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관계는 어쩌면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한 남자를 중심에 두고 두 명의 강한 여성 에너지가 충돌하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조.
한 사람은 평생 아들을 키워온 엄마이고,
다른 한 사람은 앞으로 평생을 함께 살아갈 아내다.
중간에 낀 남자는 본의 아니게 두 세계 사이에 서게 된다.
이럴 때 남편은 어느 편에 서야 할까.
뉴트럴한 중재자가 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엄마의 편을 들면 아내가 서운하고,
아내의 편을 들면 엄마도 질세라 더 고집을 피운다.
그것이 인간의 심리다.
의식이 아주 높지 않은 이상
이 구조 속에서 누군가가 기꺼이 “져주는 것”은 쉽지 않다.
이번에 일주일 동안 시어머니 댁에 머무르며 그 사실을 다시 실감했다.
겉으로는 서로에게 친절하고 미소를 짓지만 그 기저에는 늘 팽팽한 긴장감이 깔려있다.
일주일 동안 지내면서 몇 번의 크고 작은 신경전이 있었다.
화가 올라올 때마다 사랑하는 남편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물론 잘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민감한 남편은 텐션이 있을 때마다 금방 알아챘다.
그리고 중간에서 그 모든 감정을 자신이 흡수하듯
슬퍼하고, 분노하고, 지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자리에 서 있는 사람.
그래서 무조건 남편에게 시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기 전에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일까.
이 관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이 관계의 구조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나의 에너지를 지키는 것.
시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내 감정을 무리하게 밀어 넣지 않는 것.
그래서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다음부터는 나흘 이상 머물지 않기로.
그 정도의 거리가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내 마음의 평정을 지킬 수 있는 기간인 것 같다.
내가 도인이 아닌 이상.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여성분들께는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