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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myo Sep 23. 2021

동정과 연민은 상대를 낮춰 보는 것.

당신은 동정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티비 채널을 돌리다 보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광고 속에서도

저기 저 먼 나라 아이들의 열악한 환경을 보여주며 후원을 유도한다.

그 들에게 너무나도 부족한 자원으로 생사를 오가는 문제니

많은 이들의 지원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어떠한 이유로 장애를 입은 사람, 가난한 사람, 그리고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

이 사람들에게도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보통의 사람들은

' 아휴 저런, 딱해라. 불쌍해. 힘내! ' 등의 위로랍시고 하는

어쭙잖은 동정은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해당 글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엔 어려운 글이 될 수도 있겠다.


난 나의 상황과 생각을 얘기했을 때 누군가가 '동정' 하는 것이 정말 미치도록 싫다.

아니, 원래는 그 동정을 받기 위해 엄청나게 애쓰며 살았다.

그러다가 만난 지금의 남자 친구는 그런 나의 모습을 완전히 박살 낸 적이 있다.


남자 친구를 포함한 많은 이들 앞에서 우울증에 대해 고백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후에 남자 친구와 친해진 후에 우연히 그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 그때 내가 우울증 얘기했을 때 어땠어? 불쌍했어? "

" 음.. 아니? 불쌍하지도 않았고 네가 엄청 비겁한 애라고 생각했는데? "


항상 내가 우울증에 대해 얘기를 하거나, 내가 힘들어하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면

백이면 백 불쌍해하고 함께 마음 아파했는데 이런 반응은 정말 살면서 처음이었다.

그리고 남자 친구가 추천해 준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었고,

내가 내 우울증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비겁한 짓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 나의 브런치 글 중 '우울증을 무기로 삼지 마라' 참고 )


대표적으로,

지금까지 일부 유튜버나 유명인 중 자신의 동정을 팔아 돈을 벌고 거짓인 게 밝혀진 적이

꽤나 많았다는 것은 모두가 알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불쌍함을 어필해서 생계 수단으로 쭉 이어 살려는 사람들 때문에

어필하지 않은,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의심받고, 불필요한 동정과 피해받기 때문이다.

( 거짓 미투 운동도 정말 환멸 나게 싫다. )


또한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빌런 캐릭터들이 꼭 열 받게 하려고 던지는 장난 중에

일부러 " 아이고 불쌍해라, 어쩜 좋니? "라는 멘트를 날리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것이 사람의 자존심을 짓밟는 말인 걸 알고 의도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에 예시를 떠나서 내 개인적인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도

( 예를 들어 어느 회사에서 떨어졌다, 누군가에게 이런 일에 대해 사과했다, 헤어졌다 등등 )

지인들이 갑자기 '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 뭐! / 괜찮아! 기회는 많은데 뭐!/ 어떡해 ㅠㅠ.. '

이런 식으로 답변하면 난 정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위로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가? 나는 애초에 위로를 바라고 한 말들이 아니었고

내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는 것만 말한 건데 저렇게 답변하면 난처하다.


내가 예민함에 뚤뚤 뭉쳐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애초에 내가 동정을 바라고 꺼낸 말이 아니었는데 그런 반응들을 하면 기분이 정말 나쁘다.

괜찮아질 거다, 불쌍하다. 이런 감정을 갖는 것 자체로도

'나의 상황은 너 보다 괜찮기 때문에 나는 너보다 우위에 있고,

너를 딱하게 여기고 있다'는 오만한 방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이들이 이 부분을 인지하고 대답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기분 나쁘다고 말하고 살진 않는다. 그냥 개인적인 생각일 뿐.


그럼 뭐 어떻게 대답해야 하고 반응해야 하냐며 당혹스러운 이들이 대부분일 텐데,

그냥 '인정'만 해주면 된다.

호들갑 떨거나, 위로를 하려고 애쓰면 당신에게도 그에게도 딱히 도움 될 것이 없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도움을 주고, 앞으로의 행보도 믿고 지지해주면 되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이런 반응이 돌아오면 익숙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된다.


뭐 간단히 말하자면,

' 그런가 보다~ '

를 기본으로 생각하고 사고하면

어떠한 가치관을 다룰 때에 있어서 더욱 자유로워지며

타인과 내 생각이 안 맞는다고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게 된다.






인간, 아니 이 세상 모든 생명들은 서로를 불쌍해할 필요가 없다.

각자가 선택한 대로 살아가는 삶이기에 그것을 타인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난하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불쌍한가?

말 못 하는 동식물이 불쌍한가?

아니, 당신은 이 모든 것들을 동정하고 연민할 자격이 없다.

모두 한 낱 가벼운 생명일 뿐, 죽음 앞에선 동등하다.


다양한 삶의 형태를 인정하고,

남들의 삶에 관여하려 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에 좀 더 집중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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