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myo Sep 17. 2022

kýrie eléi·son

키리에

불러도 불러도 너는 돌아올 수가 없네
나는 지옥에
나는 지옥에 있나 봐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
차라리 지금 이대로 눈을 감고
다시는 깨어나지 않을 수 있다면
울어도 울어도 네가 돌아올 수 없다면
이건 꿈이야

키리에 _ 김윤아


힘들 때마다 마음속으로 선생님께

말을 건넨다고, 그 답변을 상상한다 했죠

찰나의 우울이 느껴질 때 적어놓으라고

하셨던 거 같아서


어째서 저는 저를 죽일 수 없을까요?

답을 알고 있지만, 미치지 않는 제가

계속 괜찮아지는 제가

그게 너무 힘들어요


즐거운 일이 없네요

누가 날 좀 구해줬으면 좋겠는데

의지하려는 제가 너무 한심스럽고

그도 그럴 것이 선생님도, 연인도,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저를 구해주지 못하는 걸 알아요

제가 빠진 지옥에선 스스로 발을 빼야 하는데

왜 저는 점점 담그고 있는 것인지

결국 이럴 운명이었는지


가족 탓, 연인 탓, 친구 탓을 하고 싶어도

그러다가도 결국 모든 원인은 저라는 걸

뼈저리게 알아서 일까요

남 탓을 하게 되면 결국 내게 죄책감이

돌아온다는 걸 알아서일까


괴로울 일이 없는데

지금도 충분히 행복할 조건인데

왜 나는 그 감정이 스쳐가기만 할까

너무 끔찍해요

이런 정신병자들을 가까이 두게 된 지인들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연인에게도 고객들에게도

너무 죄송스럽고 동시에 원망스러워요

그들은 날 도와줄 수 없으니

난 그들에게 손 내밀 수 없으니


속에 쌓인 감정을 눈물로 통해 흐르면

코와 목이 시큰해오는 이때가

저에겐 너무 반갑고

동시에 너무 절망스럽고


불행의 원인을 하나씩 제거한다면

결국 제가 삭제될 거 같아요

이런 글을 쓰고

다시 또 몇 시간 뒤면 일어나 일을 하고

밥을 먹고 핸드폰을 보며 웃을 제가

병신 같아요

맞아요 누가 말한 거처럼

병신..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매거진의 이전글 Neverlan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