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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myo Sep 20. 2022

우리는 마음대로 우울할 수 없다

내 우울이 누군가에겐



한바탕 또 내 우울감이 개지랄을 치고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금 상기된 생각.


우울증이라는 병은 누군가에겐 협박, 누군가에겐 민폐,

누군가에겐 걱정, 누군가에겐 상처가 된다는 것

나도 내 주위 우울증 겪는 사람들을 보며 걱정과 동시에 불편할 때가 있었는데

나 또한 똑같은 인간이라는 걸 이번 기회에 다시 느끼고 나니

더더욱 절망적이였다.


내 인생이라지만 남들의 인생을 위해

내 마음대로 우울할 수도, 자해할 수도, 죽을 수도 없다는 거

다만 행복, 선한 영향력만 마음대로 펼칠 수 있다는 것이

내 숨통을 옥죄여 온다.


가족, 연인, 친구들은 과연 내 우울증이라는 병에 대해 공부해봤을까?

내가 느끼는 고통과 생각에 대해 진지한 관심은 가져봤을까?

답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아무리 가까워도 엄연하게 분리된 남이고,

위 말했듯 내 우울은 그들에게 그저 협박, 민폐, 걱정, 상처일 뿐이니까.


하지만 만약 내게 소중한 사람이 나처럼 고통스러워 보였다면

나였다면.. 그녀를 위해 이 병을 조금이나마 공부해보려고,

이해해보려고 노력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같은 사람은 내 주위에 없구나, 아니면 내가 오만하게도 나를 아끼는 사람들을 매도하는 발언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나만이 오롯이 이해할 수 있고 보호할 수 있구나 싶다.

그래서 더 미치도록 외롭고 슬프다.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 곳이 있을까.
가난한 나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샤이닝 _ 자우림


내 가난한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이 자연스럽고,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멀리 하는 것이 맞다.

그렇기에 나는 점점 도태되어가고 사람들과 멀어져간다.

약을 과다복용해 단기 기억상실에, 온 몸이 넘어져서 아프고

공황이 심해져 밖에 나가기도 힘들어졌고

인간관계도 점점 망가져가고 있다.


매달 내는 돈, 앞으로의 사업, 아르바이트,

연락해야하고 받아줘야 하는 사람들,

신경써줘야하는 가족, 나 때문에 상처받은 연인..

모든 것으로 부터 너무 도망치고 싶다.

도망치고 싶어서 했던 자해, 약 과다복용, 유서 작성, 거식..


도망치고자 바다나 산을 가려했는데

집을 나서자마자 담배만 피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씻었다.

시간이 미친듯이 안가고 잠도 1시간에 한 번씩 깨고 약은 없다.

도대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내가 나를 시험하고 있는 거 같다.


어떻게든 나는 딛고 일어날 것이라는 걸 굳게 믿고 사는 사람인데,

그래서 가끔 이렇게 도망치고 무너질 때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행동들이 나 뿐이 아닌 남들에게 까지 피해를 입히기에

더이상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딛고. 일어나야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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