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불행해지는 것을 하지 않기
모든 직장인 들에게, 그 중에도 나같이 딱 50이 된 세대에게 글을 보낸다.
행복하고 싶은가?
잘 모르겠다. 당신이 무엇을 해야, 어떻게 해야 행복해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나만 모를까?
버크셔 해서웨이의 전설, 투자 귀재라고 불리우는 찰리 멍거도 이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하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확실히 불행해 지는 것을 안하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그의 책 "가난한 찰리의 연감"에서 말하고 있다.
1986년 6월, 하버드 스쿨 졸업식. 단상에 오른 찰리 멍거는 축사를 부탁받았지만, 축하 대신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저는 행복해지는 법을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대신, 확실하게 불행해지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졸업생들은 웃었다. 하지만 멍거는 진지했다.
행복해지는 법을 모르겠다면,
불행해지는 법을 먼저 알아내고 그것을 하지 않으면 된다.
50이 되고 나서 이 말이 뼛속까지 와닿았다. 20대~40대에는 행복의 조건을 더하는 데만 몰두했다. 직장, 차, 집. 그런데 막상 그것들을 어느 정도 갖추고 나니, 행복은 내가 무엇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느냐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걸 깨달았다.
멍거는 이날 연설에서 "확실하게 인생을 비참하게 만드는 처방전"을 하나씩 소개했다. 그가 참고한 사람은 다름 아닌 미국의 전설적인 TV 쇼 진행자 조니 카슨이었다.
카슨도 한 졸업 축사에서 행복의 비결이 아니라 불행의 비결을 이야기했다.
첫째, 기분을 바꾸기 위해 약물에 의존하라.
이것은 약물 중독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50대가 되면 안다. 술이든, 과식이든, 스마트폰이든, 무언가에 기대어 감정을 조절하려는 습관이 얼마나 무섭게 쌓이는지.
둘째, 질투하라.
멍거는 질투야말로 인간의 감정 중 가장 어리석은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질투는 다른 악덕과 달리 어떤 쾌락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분노에는 카타르시스가 있고, 탐욕에는 획득의 쾌감이 있다. 하지만 질투는 그냥 괴로울 뿐이다.
셋째, 원한을 품어라.
영국의 시인 사무엘 존슨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삼키기에도 충분히 쓴데, 원한이라는 쓴 껍질까지 짜 넣을 필요가 있겠는가." 50까지 살다 보면 억울한 일, 부당한 일이 쌓인다. 상사의 부당한 평가, 동료의 배신, 회사의 냉정한 결정. 그런데 원한은 상대를 벌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다.
카슨의 세 가지로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는지, 멍거는 자신만의 처방전 네 가지를 더했다.
네 번째, 신뢰를 잃어라.
멍거는 단호하게 말한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되라. 약속을 지키지 마라. 이 한 가지 습관이면 당신의 다른 모든 미덕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는 자신의 대학 룸메이트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는 난독증이 있었다. 학업에서는 늘 뒤처졌다. 하지만 한 가지, 맡은 일은 반드시 해냈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켰다. 그 친구는 나중에 수십억 달러 규모 기업의 CEO가 되었다. 재능이 아니라 신뢰가 그를 그 자리에 올려놓았다.
다섯 번째, 자기 경험에서만 배워라.
멍거는 말한다. "다른 사람들의 실수에서 배우지 마라. 선배들이 쌓아온 지혜를 무시해라. 오직 자기 자신의 경험에서만 배워라. 그러면 확실히 불행해질 것이다."
뉴턴은 말했다.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50이 되어서야 이 말의 무게를 안다. 젊을 때는 "나는 다르다"고 믿었다. 선배들의 조언이 구닥다리로 들렸다. 하지만 결국 내가 겪는 시행착오의 대부분은 이미 누군가가 겪고, 기록해 놓은 것이었다.
멍거 자신이 바로 그 거인의 어깨 위에 선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하루에 수백 페이지씩 책을 읽었다. "잠자는 시간 외에 손에서 책을 놓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워렌 버핏이 말할 정도였다. 남의 실패에서 배우면 시간을 벌 수 있다. 남의 성공에서 배우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이것은 겸손의 문제가 아니라 효율의 문제다.
여섯 번째, 역경에 무너져라.
인생에 심각한 타격이 올 때, 다시는 일어나지 마라. 그러면 확실히 비참해진다.
멍거는 노예 출신 철학자 에픽테토스를 예로 든다. 에픽테토스는 노예로 태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살았지만, 스토아 철학의 가장 위대한 스승이 되었다. 그의 가르침은 단순했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통제할 수 없지만, 그것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통제할 수 있다."
50대에 이 말이 다르게 들린다. 이 나이쯤 되면 누구나 한두 번은 바닥을 경험한다. 건강 문제, 구조조정, 관계의 파탄. 문제는 바닥에 닿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눌러앉는 것이다. 멍거 자신도 30대에 이혼과 아들의 죽음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섰고, 95세까지 지적으로 활발한 삶을 살았다.
일곱 번째, 역방향 사고를 무시하라.
이것이 멍거 철학의 핵심이다. 멍거는 "뒤집어라, 항상 뒤집어라"를 반복해서 인용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먼저 실패하는 방법을 연구하라. 좋은 결혼 생활을 원한다면, 결혼을 망치는 행동을 먼저 파악하라. 좋은 직장인이 되고 싶다면, 해고당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먼저 파악하라.
그는 다윈을 예로 든다. 다윈이 위대한 과학자가 된 것은 똑똑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론에 반대되는 증거를 가장 열심히 찾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사랑하는 아이디어에 일부러 반증을 들이대는 사람. 그것이 멍거가 말하는 지적 정직함이다.
자, 이제 멍거의 처방전을 뒤집어 보자. 불행의 반대가 바로 행복의 길이다.
약물에 기대지 마라 → 자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라. 불편한 감정도 회피하지 말고 통과하라.
질투하지 마라 → 남의 성공에 박수 치라. 놀랍게도, 진심으로 타인의 성공을 축하할 수 있게 되면 내 마음이 먼저 편해진다.
원한을 품지 마라 → 놓아주라. 용서는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신뢰를 잃지 마라 →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라. 화려한 능력보다 묵묵한 신뢰가 50대 이후의 삶을 결정한다.
자기 경험에만 의존하지 마라 → 책을 읽어라. 멍거처럼 매일 읽어라. 남의 인생에서 빌려온 지혜가 내 시행착오를 줄여준다.
역경에 무너지지 마라 → 바닥은 끝이 아니라 방향전환이다. 에픽테토스처럼,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역방향 사고를 무시하지 마라 → 문제를 뒤집어 봐라. "어떻게 하면 잘 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확실히 망할까"를 먼저 물어라. 그리고 그 길을 피하라.
멍거는 연설 중에 한 시골 사람의 이야기를 했다. 그 사람이 말했다.
"내가 어디서 죽을지만 알 수 있다면, 절대 그곳에 가지 않을 텐데."
웃기지만, 이것이 멍거 철학의 정수다. 삶에서 치명적인 것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고, 그곳을 피해 가는 것. 화려한 전략이 아니라 치명적 실수의 회피.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어리석은 실패의 제거.
50이 되면 안다. 인생의 후반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발에 총을 쏘지 않는 것이다.
멍거는 졸업생들에게 이렇게 축사를 마무리했다.
"여러분 각자가 매일 낮은 곳을 겨냥하며 보낸 긴 생애를 통해 높이 올라가시길 바랍니다."
역설적인 축사. 낮은 곳을 겨냥하라니. 하지만 이것이 바로 멍거의 방식이다. 불행을 피하는 것이 행복을 추구하는 것보다 확실하다. 실수를 줄이는 것이 대박을 노리는 것보다 현명하다.
이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50이 된 지금,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는 꽤 또렷하게 보인다. 자정 넘어 들여다보는 스마트폰, 동기 승진 소식에 쓸리는 마음, 10년 전 상사에 대한 원망, 바쁘다는 핑계로 손에서 놓은 책.
멍거의 말이 맞다. 행복해지는 법은 몰라도, 불행해지는 법은 안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씩 멈추는 것만으로, 놀라울 만큼 삶이 가벼워진다.
내가 어디서 죽을지만 알 수 있다면, 절대 그곳에 가지 않을 텐데.
오늘부터 나는 그곳을 피해 걸을 것이다. 당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