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권 읽었는데 인생은 그대로인 당신에게

책 읽고 뿌듯한 건 착각이었다

by 해내는 남자 민짱

책에 중독된 사람 있나?


독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사 모으는 것이다.


Youtube에서 추천 받은 책, AI가 추천해 준 잭. 알게 모르게 광고에서 본 책


그래도 책을 사면 조금이라도 읽고 읽으면 다 어떻게든 똑똑해 지니까 좋은 것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반은 많고 반은 틀리다.

역시 책을 사게 되면 읽게 된다.


사게 되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읽게 된다.

4권 사면 2주안에 2권은 읽게 된다.

남은 2권 중에 한권은 2달 만에 읽게 되고

나머지 한권은 그냥 그대로 1년이고 지나도록 책장에 꼽혀 있게 된다.


그런데 그것 아나? 책을 읽어 기분은 흐뭇하지만 정작 자신의 인생은 크게 변화가 없을 때 그 초조함.


독서가라고 조금씩 회사에도 알려 졌는데 회사에서 퍼포먼스도 그렇고 내 삶도 달라지는 것 같지가 않다 생각에 썩 기분이 유쾌하지 않다.


책 한권을 자근자근 씹어 먹으며 확실한 나의 성장 밑거름이 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도 그랬다. 아니, 지금도 그렇다.


올해만 해도 벌써 12권을 샀다. 다 읽었냐고? 7권 읽었다. 나머지 5권은 책장 위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런데 7권을 읽고 나서 내 삶에 뭐가 달라졌냐고 물으면, 솔직히 말문이 막힌다.

분명 읽을 때는 밑줄도 쫙쫙 치고, "이거다!" 싶은 문장도 있었는데 일주일만 지나면 기억나는 게 없다. 한 달 지나면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조차 가물가물하다.


48년을 살면서 깨달은 게 있다. 문제는 책이 아니었다. 읽는 방식이 문제였다.


같은 책을 읽어도 누군가는 인생이 바뀌고, 누군가는 "아 그런 책 있었지" 하고 끝난다. 그 차이가 뭔지 3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름대로 정리가 됐다.


나는 이것을 "씹어먹기 독서법"이라고 부른다.


1단계. 읽기 전에 질문을 던져라


책을 펼치기 전에 A4 한 장을 꺼내라. 거기에 딱 하나만 적는다.

"이 책에서 나는 무엇을 얻고 싶은가?"

이게 없으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글자를 눈으로 쓸고 지나가는 것이다. 마치 목적지 없이 네비를 켜는 것과 같다. 어딘가에 도착하긴 하겠지만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부의 추월차선"을 읽는다면 이렇게 적는다.

"나는 월급 외에 수익을 만드는 구조를 알고 싶다. 구체적으로 1인 사업의 첫 단계가 궁금하다."

이 한 줄이 있으면 300페이지 중 진짜 내게 필요한 50페이지가 눈에 들어온다. 나머지 250페이지는 빠르게 넘겨도 된다. 교과서처럼 1페이지부터 끝까지 정독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라. 48세에 그럴 시간이 없다.


2단계. 밑줄 말고 "내 말로 바꿔라"


밑줄 긋는 건 누구나 한다. 문제는 밑줄 그은 문장이 저자의 말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말은 저자의 것이다. 내 것이 아니다.

읽다가 "오" 하는 문장을 만나면 책을 덮고 3분만 생각한다.

"이걸 내 상황에 대입하면 어떻게 되지?"

그리고 그 생각을 적는다. 노트에 적든, 폰 메모에 적든, 카톡 나에게 보내기에 적든 상관없다. 핵심은 저자의 언어를 나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코드와 미디어는 허가 없는 레버리지다" 라는 나발의 문장을 읽었다면, 이렇게 바꿔 적는 것이다.

"내가 만든 SaaS 도구는 내가 자는 동안에도 돌아간다. 반면 내 월급은 내가 출근해야만 들어온다. 이게 레버리지의 차이다."

이렇게 바꾸는 순간 그 개념은 나발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이 된다.


3단계. 48시간 안에 누군가에게 설명하라


읽고 밑줄 치고 메모까지 했다. 여기서 90%의 사람이 멈춘다. 그리고 2주 후에 다 잊어버린다.

기억에 남기려면 출력해야 한다. 입력만으로는 절대 남지 않는다.

가장 쉬운 방법은 48시간 안에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이다. 아내한테, 동료한테, 친구한테. "나 요즘 이런 책 읽는데 말이야" 하고 3분만 이야기하면 된다. 상대가 관심이 없어도 상관없다. 내 입으로 한 번 꺼내는 순간 뇌에 각인되는 강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말할 상대가 없다면? 블로그에 써라. SNS에 올려라. 아무도 안 읽어도 된다. 중요한 건 내가 정리해서 출력했다는 행위 자체다.


사실 지금 이 글이 바로 그거다.


4단계. 하나만 실행하라. 딱 하나.


여기가 가장 중요하다. 앞의 3단계를 다 건너뛰어도 이것만은 해라.

책 한 권을 다 읽었으면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책에서 딱 하나, 이번 주에 실행할 수 있는 것은?"

"부의 추월차선"을 읽었으면 이번 주에 사업자 등록 방법을 검색한다. "나는 4시간만 일한다"를 읽었으면 이번 주에 반복 업무 하나를 자동화한다. "나발의 인생 교과서"를 읽었으면 이번 주에 내 고유 지식이 무엇인지 A4에 적어본다.

거창할 필요 없다. 30분이면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행동이면 된다.

이 작은 행동이 쌓이면 어느 순간 돌아보게 된다. "어, 나 변했네."

그게 효능감이다. 책을 100권 읽어서 오는 게 아니라 책에서 1개를 꺼내서 실행했을 때 오는 것이다.


5단계. 한 권을 세 번 만난다


좋은 책은 한 번 읽고 꽂아두는 게 아니다. 세 번 만나야 한다.


첫 번째는 쭉 읽는다. 질문을 가지고 내게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두 번째는 한 달 후에 메모한 것만 다시 본다. 내 말로 바꿔 적었던 노트를 꺼내서 읽는다. 신기하게도 한 달 전에는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그 사이에 내가 조금 자랐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실행한 후에 다시 펼친다. 실행 경험이 생긴 눈으로 읽으면 같은 문장이 전혀 다르게 읽힌다. "아, 저자가 이걸 말한 거였구나." 이 순간이 오면 그 책은 진짜로 내 것이 된다.


정리하면 이렇다.


읽기 전에 질문하고, 읽으면서 내 말로 바꾸고, 48시간 안에 누군가에게 말하고, 이번 주에 하나를 실행하고, 한 달 후에 다시 만난다.


이 다섯 단계를 밟으면 10권 읽고 변하지 않던 사람이 3권 읽고 달라진다.


우리한테 남은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48세든 52세든, 지금부터 은퇴까지 10년도 안 남았다. 그 시간 동안 100권을 대충 읽을 건가, 30권을 제대로 씹어먹을 건가.


나는 후자를 택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후자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