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는 아이는 불안합니다.
한 글자마다 고개 들어 반응을 살핍니다.
크로키를 그리는 초보 미술학도는 정신이 없습니다.
한 획을 긋고 역동하는 수많은 자세에 눈이 돌아갑니다.
홈에서 대패한 선수는 의기소침합니다.
한 걸음마다 쏟아지는 우레같은 야유에 전전긍긍합니다.
난 내가 이들 모두 같습니다.
잊고 있었습니다.
이 세계가 망망대해임을
내가 아직 방파제가 보이는 해안 가에서 표류 중인 걸
베테랑 고기잡이 노인에게도 가혹한 곳임을
내가 아직 변변한 낚시도구조차 없다는 걸.
다랑어와 만새기와 말린은커녕
내가 아직 손톱만 한 새우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는 걸.
하지만 난 압니다.
이곳이 상어 떼가 판치는 격전지가 아님을
이곳에 친절한 소년이 살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난 오늘도 열심히 연마합니다.
먼바다로 나가기 위해서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