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도·중복학급 담임을 맡은 이유
앞글에서 설명한 다양한 특성으로 인하여 보통 중도·중복반 담임은 교사들 사이에서 비선호 업무로 여겨진다. 아이가 언제 발작을 해서 병원에 실려 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고, 수업 중 쌍방향 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교사가 온전히 자신의 에너지를 매 시간 쏟아내야 한다는 점이 많은 특수교사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학년말에 교감이 중도·중복반에 적합해 보이는 사람을 찾아 1대 1로 부탁(?)하여 담임을 지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중도·중복반 담임을 자진하게 된 것은 특수교사로서의 권태기 극복과 도전의식 때문이었다. 권태기에 도전이라니! 어쩌면 잘 어울리지 않는 말 같다.
아직 5년 차의 저경력 교사이긴 하지만, 20년도 첫 발령부터 쭉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 학생들을 지도해 오면서 작년 말부터 약간의 권태로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교내 일과와 아이들과의 기싸움, 그리고 종종 발생하는 학생의 폭력적인 도전행동 등으로 인해 심적으로 피로감을 느끼는 날도 많아졌다. 사랑하는 아이들로부터 얻는 몸과 마음의 상처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올해는 뭔가 색다른 일을 배워보며 새로운 성취를 얻고 싶었다. 그리고 다양한 배움을 통해 나에게 집중하는 한 해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몇 달을 고민하다가 작년 말 업무분장 신청서에 중도·중복반 담임을 적었다. 용기를 낸 큰 도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