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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쌤 Jun 06. 2024

중도·중복장애학급 담임 생존기(1)

중도·중복장애가 뭐예요?

  장애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장특법) 제15조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는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적장애, 지체장애, 정서·행동장애, 자폐성장애, 의사소통장애, 학습장애, 건강장애, 발달지체, 그리고 그 밖에 두 가지 이상의 장애가 있는 경우까지 총 열한 가지로 진단·평가하여 선정할 수 있다.      


  이 중 시각장애나 자폐성장애, 지적장애 등은 각종 미디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시각장애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미드 ‘데어데블’ 시리즈, 자폐성 장애(서번트 증후군) 변호사가 나오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그리고 지적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 ‘아이 앰 샘’과 ‘7번 방의 선물’ 등 여러 대중매체에서 다양한 장애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장특법 상 ‘두 가지 이상의 장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중도·중복장애는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장애 영역이다. 보통 특수교육에서 말하는 중도·중복장애란 뇌병변장애로 인하여 심한 지체장애와 지적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말한다.

 

  지적이나 자폐 아이들로 구성된 일반학급(특수학교)과는 다르게 중도·중복반은 최중도(最重度) 장애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에 따라 일반학급과 차별화된 다양한 어려움이 많다. 먼저 신체가 경직되어 있어서 대부분 걷지 못하고 휠체어에서 생활한다. 아이들 스스로 몸을 움직이기 힘들기 때문에 체온조절이 원활하지 않아서 감기에 걸리기 쉽고 더위나 추위에 예민하다. 참고로 우리 반은 5월 말까지 바닥 난방을 켰다. (안타깝게도 나는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탁상용 선풍기는 내 책상 위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또한 씹기 및 섭식에도 어려움이 있어 모든 음식을 다지거나 갈아서 먹여야 한다. 우리 학교의 다른 일반학급과 비교하여 중도·중복학급은 점심시간이 2배 길게 잡혀있는데, 밥과 국 및 각 반찬들을 갈아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 스스로 화장실을 가지 못하므로 매시간마다 기저귀를 열어서 소변 및 대변 여부를 확인하고 적절히 교체해 주어야 한다. 휠체어에 앉힐 때나 눕혀서 기저귀를 볼 때 등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각 아이들을 들고 옮겨야 하기 때문에 교사의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전동으로 아이를 들어주는 리프트 기계가 있기는 하지만, 강직이 심한 학생의 경우 고관절 탈구 위험성이 있어서 사용에 제한적이다.) 또한 아이들이 뇌전증(간질) 경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하기 때문에 위급상황이 발생하는지 항상 예의주시해야 한다. 우리 반의 한 여학생은 정말 수시로 경기를 하기에 교실에 있을 때 아이 숨소리 변화 하나하나에 집중하여 관찰한다. 따라서 경기할 때 아이의 메디컬 체크를 위한 산소포화도 및 맥박, 혈압 재는 법은 3월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학교 간호사님께 가장 먼저 배운 일이다. (중도·중복장애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 자체 채용한 간호사님께서 하루에 몇 시간씩 교내에 상주하신다.)    

 

  이처럼 중도·중복반은 일반학급에 비하여 장애 정도가 매우 심한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학급 정원이 4명으로 편성되어 있다. (특수교육대상자 학급의 법정 정원은 유치 4명, 초등 6명, 중학 6명, 고등 7명이다.) 우리 반도 법정 정원에 맞추어 4명의 고등학생 아이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쩌면 적은 인원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지적이나 자폐 학생들과는 달리 중도·중복 아이들은 대체로 발화(發話)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소통이 어렵고, 수업 중 피드백이나 상호작용 시 제한점이 크다. 그리고 학생들 개개인의 신체능력과(사지의 강직 및 인지능력 등) 특성이 매우 다양하다. 이에 따라 교육과정의 설계 및 진행에 있어서 교사의 교과 전문성과 생태학적 연계에 관한 심도 깊은 고민이 필수적이다. 이는 중도·중복장애학급 교사로서 끊임없이 고심해봐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매일 하는 수업이지만 참 어렵다. 이렇듯 중도·중복장애학급은 특수학교의 ‘특수반’ 느낌이다. 가뜩이나 특수한 아이들 중에 더더욱 특수한 학생들인 셈이다. 시간이 갈수록 특수교육대상자의 장애가 중증화 되고 있음에 따라 중도·중복장애 아동의 출현율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특수교육을 전공한 나조차도 중도·중복반 담임을 맡기 전까지는 중도장애, 중복장애에 대해 무지했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며 책으로 접한 수박 겉핥기식의 암기용 전공 내용이 전부였다. 아무래도 발달장애나 감각장애 아동에 비해 소수이기 때문에 장애 영역 자체가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사실은 특수교사로서 부끄러운 고백이다. 참고로 우리 학교 전교생 300여 명 중 중도·중복장애 학생은 13명이다.


  현재 뇌병변 학생들의 담임을 맡으며,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전공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올해 9월부터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우리 아이들에 대해 더 공부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발달장애 아동만 접해온 나의 교직생활에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 되고 있다. 배움이 깊어질수록 전공 각론서를 뒤적이는 날들이 많아진다.


   우리 아이들을 맡게 된 후로 내가 매일 출근 전 되뇌는 말이 있다.

‘보이지 않아도 보기.’

그리고 ‘교육가능성’ 그 자체를 믿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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