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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삐약이 Mar 16. 2024

연애 말고 결혼 말고 해외 유학

다시 피어오르는 꿈

내 나이 어느덧 서른 셋. 2017년 잠시 미국에 발을 들이며 거기에서의 미래를 상상했을 때가 벌써 햇수로 7년 전이다. 그 때는 전공을 아예 상관 없는 분야로 바꾸어 다시 공부를 해야만 거기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엄두도 나지 않았고, 그 전공을 선택하는 것도 내키지 않아서 혼란스럽던 마음을 안고 일단 한국에 들어왔었다. 그러다가 다시 미국으로 나가진 못하게 되었지만 다시금 스멀스멀 유학의 꿈이 피어오른다.


호기심이 많아서 국제정치에도 기웃거렸으나 결국 내가 사랑하는 분야는 역시나 음악이라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아이들에게 음악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진정 행복임을 느끼는 것을 보면 내 천직(비록 월급은 쥐꼬리만해서 현타가 자주 오지만)이 선생님이란 것은 꽤 맞는 말 같다. 부차적인 업무나 민원이나 학부모 상담 등은 별로 적성에 맞는 것 같지만.


진정 내가 하고자 원했던 일들과 살고자 했던 삶은 어떤 것인지 여유롭고 할 것 없는 주말에 찐하게 돌아보게 된다. 


요즘 아이들에게 서양음악사를 처음부터 훑어 가르치며 고대부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만에 대학 시절 배웠던 개론서를 펼쳐가며 친한 친구 선생님의 자료도 공유받고 보충하며 나만의 언어로 만들어 전달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교향악 축제의 일정도 찾아보고, 듣고 싶은 곡과 만나고 싶은 연주자의 공연도 예매하며 음악적으로 설레는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마음은... 순수하게 음악학을 더 공부해보고싶다는 소망. '음악 전공해서 뭐 해먹고 사냐, 밥벌이가 힘들지 않냐'라는 현실적인 고민에서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기에 교사라는 길로 빠지게 된 것이긴 한데 여전히 순수한 음악을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하게 든다. 


그냥 유학을 가서 거기서 자리를 잡아버리고 싶은 그런 마음이 또 또 또 들어버린다. 누가 나 써준다고 한 것도 아니고 거기 가서 자리가 있다는 것도 아닌데... 그냥 공부 한 5년정도 쭈욱 몰입해서 한 다음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 하지만 나이가 나이이므로... 결혼과 출산이라는 과업도 달성하고 싶은데 중요한 시기에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복잡하자면 복잡한 생각이 든다. 


거기서 사람을 만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여지껏 수많은 여행 경험 및 해외 체류 경험을 하는 동안 그런 일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생각조차 잘 하지 않게 된다. 


해외 석박사 또는 박사 취득 후 자리를 잡자면 관련된 교육 전공으로 따야 하나..? 근데 해외에서 교사 하기도 녹록치 않은 현실 같아서, 특히 미국에서 일하는 2세 지인의 삶을 보니 우리보다 더 팍팍한 것 같아서 굳이 교사의 길을 걷고 싶지는 않고. 참 여러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꼬리를 문다. 아무튼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해외 박사 아님 석박사를 가고싶다!는 생각.


나이는 차는데 이렇게 대책 없이 또 떠날 생각을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터전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인 것 같기도 하고..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삶을 먼저 살아간 사람들의 지혜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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