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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삐약이 Mar 16. 2024

궁핍할 때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새 학기를 앞둔 며칠 전, 내 첫 발령 시절을 함께 했던 소중한 첫제자를 만났다. 담임으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강제로 떠맡게 된 난타 동아리를 통해 중학교 3학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꽤나 밀도 있는 시간을 함께 하며 켜켜이 쌓인 정이 두터웠던 예쁜 친구였다. 


기특하게도 차츰차츰 교사의 길로 진로를 정하더니 교대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들려주고 음악교육과로 세부 전공을 정했다는 소식을 들려줬던 그녀. 당차고 똑부러지고 성숙하며 매사에 긍정적인 태도로 열심히 임하던 중학생 때의 빛나던 모습을 잃지 않고 여전히 성실하고 멋지게 대학 생활의 첫 1년을 막 살아낸 참이었다. 혼자 해외 여행도 다녀오고 생각 정리도 하고 그 와중에 꾸준한 취미인 독서까지 함께하며 감성이 넘치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내가 괜시리 뿌듯했다. 참 성숙하다. 너무 잘 컸어, 정말.


대학 생활의 이모저모를 듣다가 한 고민을 맞닥뜨렸다. 음악이 전공인 탓에 이런 저런 연주가 많은데 한정된 부족한 용돈으로 친구들의 연주 선물을 챙겨주는 상황을 벅차게 느끼고 있었다. 당장 수중에 끼니를 떼울 돈마저 빠듯한데, 그 돈을 사용해서 친구들의 연주를 축하하는 꽃이나 선물을 사줘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니 그런 상황들이 어려움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조언은 경청이라고 생각하기에 공감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미안했다. 하지만 동시에 나 또한 대학생 때 그리고 그 이후에도 충분히 경험했던 같은 상황들이었기에 조심스레 내 생각을 전달했다.


아직 대학생이니 당연히 금전적으로 부족함이 있을 수 있고 그건 너무 자연스러운 거라고. 현재의 금전적인 상황을 감안했을 때 물질적으로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건 나 또한 경험해봐서 너무 잘 안다고. 내가 당장 힘든데 남을 챙겨줄 여력이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거니 너무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나 또한 혼자 용돈을 벌어서 자립을 해보겠다고 여러모로 애쓰면서 대학교 시절을 보냈기에 제자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나 큰 공감이 되었다. 


진심은 반드시 전해진다고 생각하기에 물질적인 보답 말고도 현재 할 수 있는 따뜻한 말로 마음을 전달해보길 조심스레 추천했다. 상대의 마음과 상황을 헤아리는 따뜻한 마을 골라서 잘 전달하는 것도 모두가 가진 능력은 아니기에 쉬운 말처럼 들려도 그걸 잘 해내는 사람이 정말로 드물다고.


물질적으로 부족한 점은 나중에 경제력을 갖추게 되면 충분히 보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신 갖춰지기 전까지는 예쁜 마음과 말로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전달법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분명 그로 인해 마음을 알아주고 고마움을 느끼는 친구들은 꼭 있을테니까. 


돌아보니 나 또한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결이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 앞가림은 스스로 하는 성인이 되었지만, 한정된 자원 안에서 살 길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는 삶 속에서 누구를 어디까지 챙겨야 하는지는 아직도 여전히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원하는만큼 넉넉하게 챙겨주기 위한 금전적 자원이 펑펑 솟아나서 턱턱 쏘는 사람이 되면 좋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그건 망상이 아닐까? 싶다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끼는 사람들은 소중히 여기며 챙겨가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해 본다. 


그대들, 모두 너무나도 소중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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